부동산 대출 구조 탈피…미래 산업으로 간다

이현주 2026. 6.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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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총 93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해 부동산·담보대출 중심 금융에서 AI·반도체·에너지·인프라 등 미래 성장산업 중심 금융으로 체질 전환에 나선다.

[커버스토리] 금융그룹이 이끈다 - KB금융그룹

지난 2025년 12월 KB금융그룹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2025 허브 데이(HUB Day)’에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왼쪽 세 번째)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KB금융 제공 [사진자료] 지난 12일 진행된 `2025 HUB Day`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에너지 전환, 국가 전략 인프라에 대한 투자·금융 지원을 확대해 2030년까지 총 93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대출 중심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영역으로 자본 흐름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KB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사회적 생산성과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자본을 우선 배분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융의 본질은 자본의 효율적 재분배이며, 생산적 금융은 ‘특정 분야의 특별한 금융’이 아니라 금융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호응을 넘어 가계대출 등 부동산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KB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다.

기술력·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심사 바꾼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총 93조 원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투자금융 부문은 25조 원,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은 68조 원 규모다. 투자금융 25조 원은 국민성장펀드 10조 원과 그룹 자체 투자 15조 원으로 구성된다. 국민성장펀드 출자분은 첨단전략산업기금과 결합돼 AI,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부 통로 역할을 한다. 자체 투자는 KB자산운용,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한 펀드 조성과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된다.

기업대출 68조 원은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첨단전략산업과 유망 성장 기업에 공급된다. 담보와 과거 실적 중심이던 기존 심사 체계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미래 성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KB금융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금융 회사의 투자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투자 기준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병행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KB금융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신설했고, 올해 1월에는 그룹 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통합 관리하는 ‘CIB마켓부문’을 지주 내에 새롭게 만들었다. 주요 계열사에도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국민은행은 성장금융추진본부와 첨단전략산업심사 유닛을 신설했고, KB자산운용은 첨단전략산업운용실, KB증권은 IB부문 내 생산적금융추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성과지표(KPI) 체계도 바꿨다. 은행 영업점 평가에 생산적 금융 지표를 신설하고 첨단전략산업 여신 취급 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생산적 금융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변리사 등 외부 전문 인력 채용도 확대해 기술력·사업성 평가 역량을 강화했다.

KB금융은 인프라금융에 강점을 가진 그룹의 역량을 활용한 인프라 메가펀드 조성, 메가 프로젝트 금융주선으로 국민성장펀드 참여사 중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월, 그룹의 투자 역량을 총집결해 약 1조 원 규모의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결성했다. 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100% 그룹 자본으로 조성됐다. 1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는 국내 인프라금융 시장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자금으로, 대형 국가 전략 인프라 사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메가펀드라는 의미가 있다. 펀드 운용은 국내 1호 토종 상장 인프라펀드인 ‘발해인프라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는 KB자산운용이 맡는다.

1조 인프라펀드에 딥테크·벤처투자까지

특히 이번 펀드는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만기 없는 환매금지형 인프라펀드)’ 구조를 채택했다. 평가손익의 당기손익 반영 부담을 낮추고, 대규모 펀드의 장기 투자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지역 균형 성장 SOC(교통·환경·사회적 인프라, MICE 산업 등), 디지털 인프라(AI 데이터센터·AI 컴퓨팅센터 등), 에너지 인프라(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에너지고속도로 등), 재생에너지 대전환(태양광·풍력발전,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등 국내 인프라 개발·건설·운영 사업이다.

이번 펀드는 국민성장펀드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편입한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 수립에 KB금융의 입증된 인프라 투자·운용 경험을 더해 단순 투자 규모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신안 해역에서 추진되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남 신안 해역에 390메가와트(M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월 KB금융은 민관합동 국민성장펀드의 제1호 투자처로 선정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금융주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총사업비 3조4000억 원 규모로 KB국민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공동 대표 금융주간사로 참여했다.

딥테크 투자도 강화한다. KB금융은 ‘K-엔비디아’에 도전하는 AI, 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 혁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케이비 딥테크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했다. 한국 모태펀드 출자금 750억 원과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인베스트먼트 등 KB금융 계열사의 출자금 850억 원을 합쳐 총 1600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당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기술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집중 지원한다. 초기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대규모 성장 단계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스케일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벤처 생태계 지원도 확대된다. KB금융은 1000억 원 규모의 민간벤처모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 이번 펀드는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와 체결한 ‘벤처투자 활성화 및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조성된다. KB금융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법인을 활용해 투자 기업의 해외 진출과 후속 투자 유치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