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울증 호소' 경찰 1만7000명…상담인력은 전국 38명뿐
경찰관 자살, 일반 공무원보다 2.3배 많아
정신건강 예산은 소방의 절반에도 못 미쳐
생명지킴 TF 가동… "조직 책임으로 전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경찰 마음동행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경찰관이 지난해 1만7,000여 명에 달하지만, 상담인력은 38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1명이 경찰관 448명을 맡았던 셈이다. 범죄·사고 현장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가 조직 차원의 과제로 떠올랐지만, 인력과 예산 등 지원 체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일보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로 마음동행센터를 찾은 인원은 2021년 9,940명에서 지난해 1만7,024명으로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담 횟수도 2만1,881회에서 3만9,119회로 늘었다. 마음동행센터는 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의 심리 치유를 돕는 경찰 내부 기관이다. 자살 사망 경찰관도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22명, 지난해 25명 등 해마다 20명이 넘는다. 5년간 합계 116명으로, 일반 공무원보다 무려 2.3배 많다.

문제는 이처럼 위험 신호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인프라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마음동행센터 상담인력은 38명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상담사 1명이 내담자 448명을 관리하면서 연간 1,029회 상담을 진행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상담인력이 11명 늘어날 예정이긴 하나, 매년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찰관이 증가하고 있다"며 "심리 상담은 신뢰 관계를 쌓으며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담 인력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경찰관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 예산은 60억7,000만 원이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지원 사업 예산(147억8,000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1인당 정신건강관리 예산은 경찰 4만6,000원, 소방 22만 원으로 무려 5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자살 사망자는 경찰관(116명)이 소방관(81명)보다 훨씬 많았다.
경찰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생명지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예방→진단→치료·치유'로 이어지는 경찰 정신건강 체계 구축을 목표로 '경찰동료 생명지킴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다. 특히 치료·치유 단계에서는 상담 중심 지원을 넘어 전문의료 지원, 트라우마 예방, 회복탄력성 강화 방안까지 담을 예정이다. 경찰청은 11일 '경찰 생명비전 선포식'을 열고 정신건강 치료 이력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금지 방침도 밝혔다. 경찰청은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경찰관 정신건강 문제를 지휘부가 조직 차원에서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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