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30m, 걸어가는 데만 5분… 신축 아파트 ‘초대형 문주’ 경쟁
“대문이 아니라 성문 됐다" 반응도
지난 12일 찾은 인천 서구 왕길동의 신축 아파트 신검단 로열파크시티Ⅱ 정문 앞. 대리석 기둥이 줄지어 선 구조물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문주(門柱·아파트 정문 출입구 양쪽에 세운 기둥과 상부 구조물)의 시작점에서 반대편 상가 끝까지 걸어가는 데만 5분 가까이 걸렸다. 국내 최장이라는 330m 길이 초대형 문주다.

단지 이름을 알려주는 표지석 정도에 불과했던 아파트 문주가 크고 거대한 구조물로 바뀌고 있다. ‘대문이 아닌 성문(城門)이 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문주 경쟁은 2000년대 브랜드 아파트 시대 개막과 함께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커지면서 아파트 단지의 격을 나타내는 광고판이자 조합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상징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대형 석재를 세우는 수준이었으나, 요즘에는 워터 커튼(폭포식 수경 시설)이나 미디어 파사드(벽면 LED 조명)까지 더해진다.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문주에는 대형 철제 구조물 16개와 스테인리스 패널 2400여 개, LED 조명 1만개가 투입됐다. 반포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르엘 문주는 길이가 약 100m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신축 단지에서도 특화 문주는 사실상 기본 설계가 됐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화 설계를 적용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수십억 원대까지 치솟는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이 마다하지 않는 건 수백~수천 가구가 비용을 분담하는 데다 대단지의 정체성을 드러낼 확실한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역시 브랜드를 홍보할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거대한 문주가 주변 지역과의 단절을 초래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서울 서초구청은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디에이치방배와 래미안트리니원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문주 디자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서울시 건축 심의 가이드라인 중 ‘주변 지역과 단절을 초래하는 과도한 문주 설치는 지양하고 열린 단지로 계획할 것’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래미안트리니원 문주 설계는 다이아몬드 같은 반짝이는 조명이 별처럼 떨어지는 모양에 커튼 형식의 화려한 형태다. 조합원들의 반발로 서울시가 “창의적인 문주 설치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도시 경관 훼손 논란으로 잇따라 제동이 걸렸던 스카이브릿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거대해진 문주로 인한 조망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입주민과 조합이 소송전을 벌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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