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속 무소속 시장 시대 광양, 선거는 끝났지만 과제 산적
지역 유권자들 "정책 검증 기회 부족했다" 지적도
시의원 당선자 다수가 민주당…협치 여부 주목
민선 9기, 지역사회 통합 및 신뢰 회복 여부 시험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전남 광양시는 지난 2010년부터 5회 연속 무소속 후보가 시장으로 선출되는 전무후무한 결과가 나오며 눈길을 끌었다.
치열했던 경합을 거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광양시장 선거였으나, 선거 기간 불거진 각종 잡음은 지역 정계에 무거운 과제를 던졌다.
이번 선거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 대신 후보자 간의 의혹 제기와 법적 분쟁, 정당의 공천 파동이 전면에 나서며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유세와 네거티브가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따라 붙는것이 선거철이라지만 당락 여부를 떠나 떨어져 나간 지역 정치의 신뢰를 되찾고 성숙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서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광양시장 선거판을 뒤흔든 이슈는 초반에 터져 나온 박성현 후보 진영의 불법 전화방 운영 의혹이었다. 전남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조치와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자격 박탈 결정이 잇따르며 전체 선거 구도가 크게 요동쳤다.
또 정인화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박성현·박필순 후보가 부동산 투기, 사전투표 기간 중 시청 로비 홍보영상 송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구도로 선거전이 전개됐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공약과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비교하고 따져볼 기회를 온전히 얻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관련 수사와 사법적 판단이 선거일 전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다는 점으로 유권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의혹과 변명이 뒤섞인 안개 속에서 표심을 정해야 했다.
이에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의혹만큼은 더 빠르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매끄럽지 못했던 공천 과정도 혼란을 부추겼다. 경선을 앞두고 당으로부터 자격을 박탈당한 박성현 후보는 결국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정당의 징계와 법원의 효력 정지 등 엇박자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정당의 검증 시스템과 공천 기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특히 선거 직전까지 계속된 사법적 공방 탓에 정작 다뤄져야 할 지역 현안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오직 후보 자격 시비에만 이목이 집중됐다. 정당이 책임감을 느끼고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공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광양 지역 집중 유세 중 '얼차려' 논란이 불거지며 유권자들의 눈살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광양시장 선거는 미래 비전을 다투는 생산적인 토론 대신 고소와 고발, 폭로전이 이어지며 상호 비방과 네거티브가 정책을 압도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광양시가 직면한 당면 과제인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과 인구 감소 저지·청년 지원책·미래 산업구조 개편·여수광양항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은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투표는 마무리됐지만 선거가 남긴 후유증과 앙금도 여전하다.
선거 기간 오간 고소·고발 사건은 여전히 사법 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갈라진 지지층 간의 감정의 골과 정치적 대립은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남았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성현 당선인 역시 "선거는 끝났고 더 이상의 분열도 끝내야 한다. '네 편, 내 편' 편가르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향후 민선 9기 광양시는 지역사회 통합과 신뢰 회복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광양 민심은 이번 선거를 포함해 무려 다섯 차례 연속으로 무소속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허락하며 거대 정당의 간판보다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촘촘한 지역 기반이 선거판을 흔드는 더 강력한 열쇠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다르게 해석하면 지역에 뿌리를 둔 정당 정치가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천 절차는 물론 지역 조직 운영 방식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성찰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무소속 시장이 지휘하게 될 민선 9기 광양시 집행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제 10대 광양시의회 간 협치 여부도 관심사다.
무소속 지자체장과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지방의회 간 여러 형태의 갈등과 견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민선 8기 집행부와 9대 광양시의회 역시 지난해 1월 추경안 편성을 비롯해 섬진강 별빛 스카이 민간위탁 동의안·대학생 생활비 지원사업 등 다수의 지역 현안 사업들을 두고 대립을 이어간 바 있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광양시장 선거가 새로운 정책과 비전으로 이른바 '클린 선거'로 치뤄지길 바랬지만 결국엔 누가 더 약점을 많이 찾느냐로 변질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며 "이제 선거는 끝났다. 박성현 당선인이 갈라진 지역 민심을 하나로 모아 시정을 운영해나간다면 광양은 전남 정치의 새로운 협치 모델을 제시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양준혁 기자 y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