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위한 ‘배트맨 세리머니’가 이제는 국가를 위한 세리머니가 됐다…‘스코틀랜드의 배트맨’이 된 맥긴[월드컵 히어로]

공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존 맥긴(애스턴빌라)은 늘 그랬던 것처럼 두 손을 눈가에 갖다대고 ‘배트맨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시작한 이 세리머니는, 월드컵 본선 승리를 36년간 기다렸던 스코틀랜드 국민들을 위한 ‘기쁨의 세리머니’가 됐다.
스코틀랜드는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티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긴 스코틀랜드는 같은날 1-1로 비긴 브라질과 모로코를 제치고 C조 선두로 올라섰다. 스코틀랜드는 오는 20일 모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맥긴의 한 방이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
맥긴은 전반 28분 체 애덤스(토리노)의 슈팅이 아이티의 골키퍼 조니 플라시드(SC바스티아)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쇄도하며 왼발로 밀어넣었다. 상대 수비 맞고 공이 굴절됐지만, 골이 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후 스코틀랜드는 추가골을 좀처럼 넣지 못해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갔고, 경기 막판 아이티의 파상 공세를 겨우 막아내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날 득점으로 맥긴은 만 31세238일의 나이에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을 올려 스코틀랜드 역사상 월드컵 본선 최고령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스코틀랜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웨덴을 2-1로 제압한 뒤 무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맛봤다.

세인트 미렌에서 프로 데뷔해 히버니언을 거쳐 2018년부터 애스턴 빌라에서 뛰고 있는 맥긴은 애스턴빌라의 상징적인 선수로 자리 잡았다. 애스턴빌라 입단 첫 시즌 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경험했다.
특히 골을 넣을 때마다 보여주는 배트맨 세리머니가 이날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맥긴은 시력 문제로 항상 축구를 할 때 보호용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자신의 조카가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매번 골을 넣을 때마다 같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번 대회가 9번째 월드컵 본선인 스코틀랜드는 앞선 8번의 대회에서는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브라질, 모로코라는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한 스코틀랜드에 있어 이날 아이티전은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리고 맥긴의 골로 승리를 챙기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맥긴은 경기 후 “오늘 경기 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월드컵에서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린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선수들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팬들에도 정말 특별한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모로코와 브라질이라는 강팀들이 남아있지만, 좋은 출발을 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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