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따러 잠실행?”…투표지 부족 규탄 시위서 2030 헌팅 열풍
주말 간 특정 정치단체 가세 우려
경찰 “개별 위법 행위 엄정대응”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2030 참가자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참정권 침해를 비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연락처를 교환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며 함께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찾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잠실 시위 현장에서 처음 만난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시위 도중 마음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자연스럽게 교환하고 인근 카페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며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파악됐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잠실 시위 참가 후기와 함께 “번호를 교환했다”, “시위 끝나고 밥을 먹었다” 등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선 “잠실이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됐다”, “소개팅 상대 모집한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시위에 참가한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처음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나갔는데 생각보다 또래 참가자가 많아 놀랐다”며 “외모도 중요하지만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위 도중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휴대전화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일행을 찾거나 약속 장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20대 참가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서 서로 어디서 만날지 이야기 하다가 자연스럽게 번호를 주고 받았다”며 “시위가 끝난 평일에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취미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돼 더 친해졌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들끼리 별도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시위 일정과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집회 후 식사 모임이나 커피 모임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사회 이슈를 계기로 형성된 연대감이 새로운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과거 촛불 집회 현장에서도 공동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커뮤니티가 형성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정치 성향 단체들이 잠실 일대 집회에 가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장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당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던 시민 중심의 집회가 점차 정치색을 띠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역시 시위 양상이 변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는 참가자 개개인의 위법 행위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특정 정치 성향 단체들의 참여가 늘어나거나 집회 양상이 과격해질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한 의사 표현은 최대한 보장하되 폭행·협박·통행 방해 등 개별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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