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부담 덜어라”···금융권, 고유가 시대 맞춤형 지원 확대
단기 프로모션 넘어 생활밀착형 상생금융 경쟁 강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금융권이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주유비·교통비 할인 프로모션을 연장하며 생활비 절감 지원에 나섰고, 보험사들은 차량 운행을 줄이는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약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 4월부터 시행해 온 주유비·교통비 할인 지원 프로그램을 이달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중동 지역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가 부담 확대에 대응해 금융권에 민생 지원 방안 마련을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초 해당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국내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도 여전하다는 판단 아래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특히 차량 이용이 잦은 고객들에게 주유비는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카드사들은 주유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혜택을 강화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대표 주유 특화 카드인 '딥오일(Deep Oil)'과 'RPM+ 플래티넘샵'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초년도 연회비 캐시백과 주유 금액의 3% 추가 캐시백 혜택을 이달에도 이어간다. 딥오일 카드는 고객이 선택한 정유사 이용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상품으로 고유가 국면에서 대표적인 주유 특화 카드로 꼽힌다.
롯데카드는 디지로카 오토, LOCA for Auto 등 자동차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해당 카드 이용 고객에게는 5만원 이상 주유 시 5% 추가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표 상품인 디지로카 오토는 리터당 최대 150원 수준의 주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SK에너지 제휴 상품인 'SK주유 400 우리카드'를 통해 일정 금액 이상 주유 고객에게 최대 5만원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는 'SK에너지 러브유 KB국민카드' 이용 고객에게 리터당 추가 캐시백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BC카드 역시 주유 할인 프로모션을 연장하며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동참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고유가 대응 행렬에 합류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승용차 요일제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판매에 나섰다.
해당 특약은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 5부제에 참여할 경우 자동차보험료를 연간 2%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차량 운행을 줄여 유류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보험료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고유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전 신청을 완료한 고객은 4월 1일분부터 소급 적용도 가능하다.
금융권이 이처럼 지원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배럴당 90달러 중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면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유가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 역시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최근까지 리터당 2000원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락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낙폭은 제한적이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류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책이 단순한 단기 프로모션을 넘어 금융권의 새로운 생활밀착형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유비와 교통비는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출 항목 중 하나인 만큼 체감 혜택을 제공할 경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주유 특화 카드는 장기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카드사 입장에서도 우량 고객 확보와 이용 활성화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며 "민생 안정과 상생금융 차원에서 생활밀착형 혜택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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