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안중근 유묵 첫 경매에.. 시작가 16억원
사형 판결문 유인본 함께 나와
24일 케이옥션 경매, 120억원 규모

“백 번 참는 집안에 태평과 화목이 깃든다(百忍堂中有泰和).”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1910년 2월, 뤼순 감옥에서 남긴 글씨가 경매에 나온다.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이 국내 경매에 출품되는 건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6월 경매에 안중근 친필 ‘백인당중유태화’가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1972년 안중근 유묵 26점이 일괄로 보물로 지정될 당시 1호로 선정된 작품이다. 경매 시작가는 16억원. 내용은 ‘구당서’ 188권 ‘열전’에 전하는 장공예(張公藝)의 고사에서 유래한 구절로, 당나라 고종이 장공예에게 ‘9대가 한집에서 화목하게 산 비결’을 묻자 장공예가 ‘참을 인(忍)’을 백 번 쓴 종이를 바쳤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케이옥션은 “단순한 경구를 넘어, 안중근 의사의 사상적 깊이와 정신세계를 압축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며 “‘충(忠)·의(義)·헌신’을 강조한 다른 유묵과 달리 인내(忍)와 화합(和)을 말한다는 점에서 저항가를 넘어 동양 평화와 공존을 사유한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 쓴 글씨인데도 흔들림 없는 필획과 절제된 구성, 강건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서체로 강인한 의지와 초연한 품격을 드러낸다.

유묵과 함께 1910년 2월 14일 자 ‘관동도독부법원 안중근 외 사형 판결문’ 유인본(油印本)도 출품된다. 사형이 선고된 재판의 공식 기록으로 등사원지에 철필로 새겨 인쇄하는 당시의 등사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판결문과 유묵이 한 세트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한국인에 의해 입수된 후 100여 년간 한 가문이 보존해 온 것으로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안 의사의 유묵은 최근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가는 2023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된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다. 케이옥션은 “이번에 나온 글씨는 국내 경매에 출품된 안중근 유묵 가운데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작품으로, 역사성·희소성·상징성을 두루 갖춘 데다 전래 경위가 명확해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매는 총 107점, 약 120억원 규모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유영국의 1974년 작 ‘산’도 출품됐다. 중첩된 색면이 리듬을 이루는 가운데 중앙의 녹색 삼각형은 산을, 우측 주황색과 이를 감싼 적색의 대비는 자연의 에너지를 암시하는 작품이다. 추정가 5억~8억원.
출품작은 13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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