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를 제2 메모리로”…정부, R&D에 5000억 이상 투입
수요 기업도 참여해 전주기 개발
민간 매칭 포함 땐 7500억 규모
AI·車·방산 등 경쟁력과도 직결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본격 추진

정부가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세대 전력반도체 대형 연구개발(R&D) 기획에 착수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전력망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전력반도체 수요가 커지자 국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키우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 기술 로드맵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수요 기업과 연계한 대형 R&D 기획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소형모듈원전(SMR), 온센서 AI 등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주요 프로젝트로 논의됐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SMR, 온센서 AI,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 2차전지 등의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을 지원해 내년부터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성과를 본격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변환·제어하는 반도체다. 전기차의 구동 효율을 높이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손실을 줄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에도 쓰인다. 국방·항공, 친환경 선박, 로봇 등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고온·고전압·고주파 환경에서 성능이 우수해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전력반도체는 전기를 쓰는 산업이 늘어날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부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쓰는 것이 관건이고, 전기차와 로봇은 배터리 효율이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기술 수요도 커지고 있어 전력반도체는 반도체 산업을 넘어 에너지·모빌리티·방산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전력반도체 육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 같은 수요 확대가 국내 주력 산업의 공급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력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자동차·배터리·조선·에너지·방산 등 핵심 산업의 부품 조달과 제품 경쟁력이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앞서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 기술 로드맵을 논의하며 수요 기업과 연계한 전주기 통합형 대형 R&D를 기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 전력반도체 특화 단지 공공 팹 고도화와 포항·나주 실증 인프라 활용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양산 전환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R&D는 수요 기업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소자·모듈·시스템 실증까지 전주기로 묶어 기술 개발과 상용화 간 괴리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당 R&D 사업에 국비 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매칭까지 더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7500억 원 안팎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규모는 산업부의 사업 기획 이후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재정 당국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부총리는 “구조 개혁과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제2, 제3의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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