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사각지대 없앤다"… 싸움 감지 AI CCTV 다는 학교들
움직임 신속 탐지, 정밀 분석 알고리즘
"실시간 의심 상황 알림 오면 즉각 대응"
AI 기술이 학폭 예방에 기여할지 주목

10일 서울 서대문구 A고교 폐쇄회로(CC)TV 관제실. 한쪽 벽면을 채운 모니터에 운동장 구석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이 보였다. 학생마다 파란 네모 표시가 따라다녔다. 서로 밀치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난 순간, 모니터에 '싸움' 상황 발생 화면창이 생겼다. 학교 관리자의 휴대폰 화면에도 알림이 떴다. 학교폭력(학폭)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을 실시간 알려주는 알고리즘이 적용된 지능형 인공지능(AI) CCTV가 가동된 것이다. 덕분에 2명 이상 가까이 있는 공간에서 물리적 이상 움직임이 포착되면 학교가 즉각 학폭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움직임을 각각 신속하게 탐지하는 영상 기술과 이를 정밀하게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알고리즘이 결합됐기에 가능한 체계다.
학폭 우려가 있는 사각지대에 지능형 AI CCTV를 도입하는 일선 학교들이 늘고 있다. 일반 CCTV 기록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증거에 그쳐 학교가 선제적 조치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을 바로 포착해 알려주는 첨단 AI가 교육 현장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1~5월 일선 학교에 AI CCTV를 포함한 영상분석 설루션을 제공한 보안업체 에스원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 실적이 74% 늘었다고 설명했다.
A고교는 운동장과 쓰레기장, 승강기 2곳에 싸움 감지 등 AI 알고리즘이 적용된 AI CCTV 14대를 학교 예산으로 추가 설치했다. 이 학교 관리자는 "이제 사각지대가 없다"고 했다. 최근 학교 폭력과 교권 붕괴를 다루며 흥행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 나오는 참혹한 광경이 나올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였다. A고교 체육관 옥상 출입구에는 학교가 설정한 가상 경계선이 있어 누군가 넘는 순간 '삐삐' 소리와 함께 학교 관리자에게 알림이 간다. 이상 움직임을 파악하는 AI 알고리즘이 어느 공간이냐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B초교는 올해 학생들의 통학로와 맞물린 학교 주차장 진입로에 AI CCTV 6대를 달았다. 가령 주차장 인근에서 서 있는 사람이 넘어지면 학교 관제실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사람 자세가 무너지는 걸 감지하는 '쓰러짐'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체구가 작은 초등학생이 폭력뿐 아니라 큰 사고를 당할 위험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B초교 측은 설명했다.
교내에 AI CCTV가 여러 대 작동되는 걸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A고교와 B초교 관계자들은 "학교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AI CCTV가 꼭 필요한 곳에 설치했다"며 워낙 학폭을 둘러싼 현장의 우려가 많은 만큼 불편함보단 기대감이 더 앞선다는 구성원들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사후 조치 수단에 그쳤던 CCTV의 학폭 예방 기능이 입증된다면 첨단 AI 기술이 교육 현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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