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3년만에 금리 인상…日·호주도 긴축 시동
정책금리 0.25%P 인상 확정
日 내주, 호주는 8월 또 인상할 듯
‘CPI 3년來 최고’ 美는 동결 관측
동결한 캐나다도 긴축 고민 내비쳐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이란 전쟁발(發)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약 3년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긴축에 돌입하는 것이다. 다음 주 금리 결정을 앞둔 일본과 올 들어 금리를 세 차례 올린 호주 역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말까지 금리 인하 대신 동결이 확실시되면서 전 세계 도미노 긴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3대 정책금리를 각각 25bp(bp=0.01%포인트)씩 인상했다. 이로써 예금 금리는 2.25%로 오르고 주요재융자금리는 2.40%, 한계대출금리는 2.65%가 된다. ECB의 금리 인상 단행은 2023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ECB 내에서는 매파적 의견이 흘러나왔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6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의 게디미나스 심쿠스 총재 역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음으로써 시장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경제학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4명(92.5%)이 ECB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ECB 금리 인상 배경은 미·이란 전쟁으로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 지역으로 중동발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전년 동기 대비)로 ECB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10.9%나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1년간 2~3회 정도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발 인플레이션에 휩싸인 다른 나라들 또한 매파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은 이달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 0.75%에서 1.0%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 9월 이후 30여 년 만에 1%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일본은행도 경기 침체 가능성보다 중동 정세 혼란에 따른 물가 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회의를 여는 호주중앙은행은 금리를 4.3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르면 8월에는 금리를 4.7%로 25bp 높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호주는 이미 2월 3일과 3월 17일, 5월 5일 세 차례나 25bp씩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앞서 10일 금리를 2.25%로 동결하면서도 “경기 부진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통화정책의 딜레마”라며 긴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미국 연준은 연내 금리 인하에서 동결로 무게 추를 옮겼다. 5월 미국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2%로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해진 영향이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6.5% 올라 이전치(6.0%)와 전망치(6.4%)를 웃돌았다.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전망치의 2배 이상인 17만 2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고용이 견조한 점 역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지난달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 9월에서 12월로 미룬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접고 내년 6월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올해는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뒤 내년 7월에야 내릴 것이라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경제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2명이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둘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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