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암살 걱정돼 CCTV도 끄는데…‘우크라전 관여’ 장성 또 폭사

천호성 기자 2026. 6.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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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방부 미사일·포병국 국장 숨져
잇단 출근길 암살에 ‘우크라 관여’ 추정
통제 강화해도 치안 불안…시민 불만 커져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파닐 사르바로프 러시아군 중장의 기아 소렌토 차량이 폭탄 폭발로 부서진 모습. 그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군 고위 장성이 출근길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적이 요인 동선을 들여다볼까봐 도로 감시 카메라까지 껐지만, 암살이 끊이지 않는다.

르몽드·가디언은 러시아 독립언론들을 인용해, 9일(현지시각) 새벽 5시30분께 모스크바 교외 발라시하에서 러시아 국방부 미사일·포병국(GRAU) 국장 다미르 다비도프가 폭사했다고 보도했다. 다비도프가 탄 비엠더블유(BMW) X3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 나가던 중 차체 바닥에 붙어있던 급조 폭발물이 터졌다. 그는 구조대가 오기 전 사망했다.

다비도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선에 미사일·탄약을 공급하는 책임자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입안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를 전쟁 범죄자 목록에 올려둔 상태였다. 모스크바주 검찰은 사망자 신원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폭발 발생은 인정했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한 군 수뇌부의 ‘출근길 암살’이 잇따른다. 2024년 12월9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올레니우카 교도소장 세르게이 예브스쿠코프가 차량 폭발로 사망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고문·학대의 주범으로 지목돼 있었다.

이어 같은달 러시아 드론 프로그램 설계자인 미하일 샤츠키, 화생방 방호부대 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이 모스크바 일대에서 각각 사망했다. 그가 아파트 현관을 나설 때 근처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 속 폭탄이 터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보안 기관들이 “중대한 실패”를 저질렀다며 공개 질책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도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소장이 발라시하에서 차량 폭발로 숨졌다. 그가 사망한 장소와 이날 다비도프가 죽은 주차장은 350미터 떨어져 있었다. 올해 2월엔 군 정보부대 사령관 보좌관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가 출근하다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음식 배달부로 위장한 남성이 계단에서 갑자기 나타나 근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러시아 독립언론과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 모두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관여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러시아 내각 당국자들과의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크렘린은 암살을 막으려 치안 통제를 조여왔다. 온라인 정보 유통을 막는다며 3월부터 텔레그램·왓츠앱 등 메신저 구동 속도를 늦췄고, 공공기관은 러시아 정부의 자체 개발 메신저인 ‘맥스’를 대신 쓰게 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습 동안에도 해당 지역 인터넷을 끊는다.

앞서 2월28일 미·이스라엘 폭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크렘린은 요인 보호용 특별 감시 시스템을 즉시 꺼버리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해킹해 하메네이 동선을 들여다봤다고 알려지면서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도 추적할 수 있다고 봤다.

통제만 세지고 치안 불안은 계속되자 시민들의 피로가 커진다. 전쟁 여파가 전선 주변만이 아닌 수도까지 닥친 셈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디에스엠그룹을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 약국의 우울증 약 판매가 1년 새 24% 늘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심리학연구소도 3월 발표한 국민 심리 모니터 보고서에서 사회 전반의 우울 증상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울증이 “비관적인 경제 전망과 군사 작전으로 누적된 피로” 탓이라고 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아직 시위 형태로 표출될 수는 없지만, 정권의 고도의 탄압 때문에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 그것은 땅속의 불처럼 갑자기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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