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려도 환율이…정유사 여전한 최고가격제 속앓이
환율은 1500원대로…원윳값 하락 효과 상쇄
중동정세도 긴장…최고가격제 중단조건도 흔들
원유 가격이 90달러선까지 내렸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치솟은 환율이 유가 하락 효과를 1대 1로 상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최고가격제 정유사 손실보전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논란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브렌트유,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는 모두 배럴당 90달러대를 기록했고, 일부 80달러대까지 떨어지는 흐름도 관측됐다.
전날 두바이유 가격은 87.10달러, 지난 9일 WTI 가격은 88.20까지 하락했다. 이는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기준 가격에 거의 근접한 숫자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상황이 안정화하고 국제 유가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주유소 공급 가격이 최고 가격 이하로 내려가기 전에 제도가 종료될 것"이라며 조속한 종료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국제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면서 "전쟁 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90달러대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환율 때문이다.
환율은 지난달 8일 달러당 1450원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 9일에는 1546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대 6%가 오른 셈이다.
업계에선 "원유 가격과 환율은 1대 1로 작용한다. 원윳값의 변동이 없어도, 환율이 오른다면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국내 정유사들 입장에선 원유를 구하는 데 드는 가격은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정유사들은 여전히 정부와 발을 맞춰 석유 제품의 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 원윳값 폭등의 원인이 됐던 중동 전쟁이 최근 종전 분위기에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중동에서 긴장감이 커질 경우 앞으로 원유수급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원윳값이 오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정유업계에선 '7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정유사들의 걱정은 또 있다. 1분기 실적 호조를 이유로 정부가 고통분담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는 지난 1분기 6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이익의 50~60%는 재고와 관련한 회계 장부상 일시적 착시효과"라면서 "향후 유가 하락 시 줄거나 소멸할 수 있는 일시적 이익"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유가 하락에도 환율 효과로 인해 여전히 재고평가 이익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고평가 이익은 유가가 앞으로 수년 간 배럴 당 100달러대를 유지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영업손실로 돌아온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숫자보다는 소비위축에 따른 잠재적 손실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후 석유제품 소비량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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