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들인 LG CNS, 데이터센터 쌓는 삼성 SDS, 에이전트 파는 SK AX, 빅3의 AI 승부수는?

최진홍 기자 2026. 6. 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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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발선에서 다른 길로… 국내 IT서비스 3강의 체질 전환

시스템통합(SI)이라는 단어는 이제 국내 IT서비스 빅3의 사업보고서에서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전산실을 대신 운영하며 안정적 매출을 올리던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그 빈 자리가 물류 및 블록체인 등을 지나 AI로 채워지는 중이다. 그룹 전산실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온 이들의 거침없는 '존재의 목적 찾기'다.

흥미로운 지점은 삼성SDS와 LG CNS, SK AX가 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해법을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 곳은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자산에 조 단위 자금을 쏟고 한 곳은 글로벌 AI 모델과의 동맹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선점하며, 다른 한 곳은 회사 이름까지 바꾸는 정공법으로 정체성 자체를 갈아엎었다.

먼저 LG CNS다. AX 전반을 추구하며 조직 전체의 DNA를 바꾸려 하는 중이다. 실제로 글로벌 AI 기업 앤스로픽과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LG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 가능한 통합 계약 형태라는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다. 전사 임직원에게 클로드를 개방해 개발과 기획, 문서 작성 등 업무 전반에 활용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그룹사와 외부 기업의 도입 과정까지 지원하는 사업 모델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LG CNS의 행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멀티 AI 전략이다. 사내에서 LG AI연구원의 엑사원과 클로드를 함께 운용하고, 앞서 챗GPT 엔터프라이즈도 도입한 바 있다.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업무 성격에 따라 최적의 AI를 골라 쓰는 체계를 먼저 검증한 뒤 이를 고객사에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사진=생성형AI 제작

2023년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한 앤스로픽 지분 투자가 3년 만에 사업화 단계로 진화한 셈이기도 하다. 지난달 'AX 페어 2026'에서는 금융·제조·물류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공개했고, 대규모 IT 시스템 구축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 개발 플랫폼 '데브온 에이전틱 AIND'도 내놨다. 미국 산호세 IoT 테크 엑스포에 참가해 북미 제조 AX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LG CNS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3150억원, 영업이익은 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와 19.4% 늘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며 수익성이 동반 개선됐고, 여기에서 AI·클라우드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58%인 7654억원을 책임졌다. 비계열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며 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SDS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소프트웨어 동맹보다 인프라 소유에 베팅했다. 전남 해남과 경북 구미, 경기 동탄을 거점으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3곳을 구축하는 데 약 3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초 고성능컴퓨팅(HPC) 전용 시설인 동탄 데이터센터는 이미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고, 구미 센터는 2029년 3월 가동 목표를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 AI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는 소버린 AI 흐름에 올라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정부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두 차례 유찰됐던 2조원 규모 국가 AI컴퓨팅센터 사업에서 기술평가를 통과하며 수주 9부 능선을 넘었다. 네이버클라우드, KT, 카카오 등이 컨소시엄에 합류한 가운데 주사업자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는 제조·금융·공공 전 산업군으로 확산됐고, 구독형 GPU 서비스(GPUaaS)와 협업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이 플랫폼 매출을 떠받친다.

인프라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AI 모델과의 협력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공식 리셀러 파트너로 선정된 이후 공격적인 고객 확보전을 펼치는 중이다.

올해 들어 고려아연, 아이크래프트, 티맥스소프트, 섹타나인, 하나투어, 넥센타이어 등과 연쇄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공·금융·제조·유통·서비스 전 산업군에서 10개 이상 고객사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AI 기반 스마트 제련소'처럼 산업 현장의 AI 내재화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협력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교육기관용 서비스인 챗GPT 에듀 판매 권한까지 확보했고, 9만여명의 학생·교수·교직원을 보유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대상으로 개념증명(PoC)을 진행하며 교육 AX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AI 컨설팅·개발부터 운영·클라우드, 보안까지 아우르는 원팀(One-Team) 지원체계를 앞세워 라이선스 판매상이 아닌 기업 AI 운영 체계를 설계하고 확산하는 AX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1분기 실적만 보면 부침이 있었다. 매출 3조3529억원에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70.8% 급감했지만, 퇴직금 산정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 1120억원을 제외하면 본업 수익 구조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클라우드 매출이 6909억원으로 5.8% 늘며 시스템유지보수(ITO)를 제치고 IT서비스 부문 최대 비중으로 올라선 점이 의미심장하다. 캐시카우였던 유지보수 사업의 왕좌를 클라우드가 넘겨받는 세대교체가 실적표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SK AX의 접근은 둘과 결이 다르다. 지난해 6월 SK C&C에서 SK AX로 사명을 바꾸며 AI 전환(AX) 전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회사 이름에 새겼다. 윤풍영 사장이 내건 화두는 'AX 체화(Being AX)'다. AI를 흉내 내는 수준의 적용이 아니라 조직과 프로세스, 기술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한 회사가 돼야 고객의 전환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말에는 AI 기술연구와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하며 올해를 성과 창출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전략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AI가 있다. 문맥을 이해해 여러 에이전트의 협업을 조율하는 '컨텍스추얼 코퍼레이터(C2)', AI 워크스페이스, GPU 자원을 가상화해 학습부터 서빙까지 지원하는 GPUaaS 등 에이전트 기반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오는 16일에는 연례 컨퍼런스 'IMAGINE AX 2026'을 열고 산업 현장에 적용된 에이전틱 AI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수주 흐름도 살아나고 있다. 반기 기준 시스템 구축 신규 수주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고 수주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56.4% 늘었다. 해외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AX 수요가 늘면서 체질 개선의 성과가 수주 장부에 먼저 찍히는 모양새다. 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제조·에너지 현장의 도메인 지식을 AI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AI 시대를 맞아 삼성SDS는 그룹의 자본력과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LG CNS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지분 관계와 멀티 모델 운용 노하우를, SK AX는 그룹 제조 현장의 도메인 전문성을 각각 지렛대로 삼았다. 시장에서는 세 갈래 길이 경쟁이라기보다 역할 분담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 회사의 다른 전략은 인프라와 플랫폼, 현장 적용이라는 AI 가치사슬의 서로 다른 층위를 각자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각각의 역할에 따라 지향하는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한국 AI 시장의 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