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고래는 왜 사람을 삼키지 않을까

최윤필 2026. 6.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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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56세 어부 마이클 패커드(Michael Packard)가 거대한 혹등고래에게 삼켜졌다가 생환했다.

이빨고래 중 가장 몸집이 큰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만큼 식도가 넓어, 이론상 90여 종의 고래 중 사람을 삼킬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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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혹등고래의 실수
먹이활동 중인 혹등고래. 케라틴 성분의 수염판이 보인다. flickr 사진

2021년 6월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56세 어부 마이클 패커드(Michael Packard)가 거대한 혹등고래에게 삼켜졌다가 생환했다.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수심 약 14m 바다에 잠수했다가 먹이활동 중이던 고래의 입속으로 빨려 든 것. 하지만 30여 초 뒤 고래는 수면으로 올라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그를 뱉어냈다.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동료들에 의해 구조된 그는 병원에서 무릎 탈구와 가벼운 타박상 진단을 받고 당일 퇴원했다. 20년 전인 2001년 코스타리카 여행 중 비행기 추락사고를 겪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적이 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로 불렸다.

몸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는 혹등고래가 사람이나 물개를 입에 담는 일은 드물지만 아예 없진 않다. 빠르게 유영하며 수만 리터의 물을 단숨에 들이켜는 ‘런지 피딩(lunge feeding)’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여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속 수염판으로 크릴이나 플랑크톤 등 작은 먹잇감만 걸러 삼키는(filter feeding) 수염고래들의 식도는 사람 주먹 정도로 좁고, 최대한 확장하더라도 인간을 통째로 삼킬 만큼(어깨너비 40~50cm) 넓어지진 않는다. 즉 혹등고래나 대왕고래 등 수염고래가 사람을 삼키는 건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성경에 등장하는 레비아탄이나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상대했던 ‘케토스(Ketos)’, 북유럽 신화와 민담에 등장해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바다 괴물들이 일부의 상상처럼 고래라면, 그건 향유고래일 가능성이 있다. 이빨고래 중 가장 몸집이 큰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만큼 식도가 넓어, 이론상 90여 종의 고래 중 사람을 삼킬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하지만 향유고래가 사람을 삼킨 사례 역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허먼 멜빌의 분노한 향유고래 모비딕도 배만 부쉈지 사람을 삼키는 건 바다에 맡겼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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