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람 살리러 가다 죽일 판… 사고 낸 사설구급차 제동 건다
인증제 도입 예고, 평가 지표로 사고 이력
인증 업체 타야 건보 지원, 환자 부담 감소

정부가 운행 중 사고를 냈거나 교통 법규 위반 이력이 있는 사설구급차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 사설구급차가 오히려 환자와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사설구급차 인증제의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평가 지표 중 하나로 교통 사고 및 교통 법규 위반 이력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설구급차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사설구급차는 구급차를 이용한 병원 간 환자 이동(전원)의 68.5%를 담당할 정도로 응급환자 이송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택시처럼 환자를 빨리, 많이 이송해야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보니 과속 등 무리한 운행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설구급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운행을 할 때 신호를 위반하거나 속도 제한을 어겨도 과태료 면제 등 특례를 적용받는다. 사고가 발생해도 당시 환자 상태가 교통 법규를 준수하지 못할 정도로 위급했는지를 따져 책임을 묻는다.
길 걷다 사설구급차에 봉변

특히 최근엔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사설구급차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6일 강원 원주시에선 인도를 걷던 중학생이 사설구급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구급차는 환자를 태우지 않은 채 과속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서울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환자를 태우러 가던 사설구급차에 부딪혀 숨졌다. 당시 구급차는 요양병원 간 전원을 위해 배차됐는데 경찰은 환자 상태가 위중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사설구급차 인증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 지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사설구급차 이용 비용인 이송처치료는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복지부는 이송처치료 일부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구상 중인데, 지원 대상을 인증 업체 사설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로 한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인증제가 시행되면 병원이 사설구급차 위탁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검증받은 인증 업체를 우선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국내 사설구급차 업체는 153개다.
사설구급차 업체 입장에선 인증 획득 여부가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교통 법규 위반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증 지표는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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