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밉상’ 장동혁이 보수 양날개 펼쳐준 ‘공로’
韓은 張의 자객 꺾고 차기 우뚝
공공의 적이 보수 회생 디딤돌
대표 사퇴 압박에도 버티는 張
연명해도 체제 붕괴 시간 문제
쫓겨나는 불명예 선택할 건가


6월 4일 아침 7시를 넘기며 서울시장 선거 선두가 뒤바뀐 순간 김어준씨는 “어쩌면 좋아”라고 탄식했다. “이렇게 되면 보수진영은 한동훈과 오세훈 대선 후보가 2명이나 살아 돌아오는데 진보진영은 대선 후보급 조국, 김경수가 낙선하는 것이고….”
6·3 선거 결산은 여러 각도에서 뽑아볼 수 있다. 여야가 시·도지사 12 대 4, 국회의원 9대 5로 나눠 가진 당선자 수가 눈앞의 먹거리에 해당한다면, 김씨가 주목한 대선 주자 생환은 미래 수익 전망을 나타낸다. 2020년 총선 직후 민주당 선거기획 책임자가 “서울 광진을에서 오세훈을 꺾는 것은 1석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 총력을 쏟았다”고 고백한 것은 두 번째 관점에 주목한 경우다. 그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대표 주자들이 전멸하면서 2022년 대선 후보 자리를 상대 정권 검찰총장 출신에게 내주게 된다. “서울을 탈환하지 못한 것이 아프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도 중층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서울이라는 최대 승부처를 놓친 아쉬움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오세훈이라는 ‘잠재적 화근’을 제거 못한 자책이 진짜 속내다.
작년 말 이재명 대통령이 “내 성남시장 시절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고 ‘셀프 디스’ 하면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추켜올렸다. ‘명픽’이라 부르는 서울시장 후보 낙점 장면이다. 선거 구도가 출렁이더니 정 후보 지지율이 오 시장을 15%p 가량 앞섰다. 오 시장은 ‘윤 어게인’ 장동혁 체제와의 단절을 추격의 발판으로 삼았다. 후보 등록까지 미루며 친윤(親尹) 인사 퇴진을 요구하고, 대표적인 반윤(反尹) 유승민 전 의원과 첫 유세를 시작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했다. 덕분에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 공격이 무력화됐다. 장동혁을 밀어낸 반동 에너지에 힘입어 서울시장 5선을 일궜다. 장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사퇴 거부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정말 민망한 일이다.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하정우 수석과 1대 1 승부를 벌였다면 훨씬 수월하게 당선됐을 것이다. 부산 북갑은 1년 전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이겼던 곳이다. 그러나 그런 승리였다면 금배지 하나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한동훈의 국회 입성만은 막겠다”며 집권 세력은 핵심 국정과제인 AI 담당 수석을 뽑아 보내고, 국민의힘은 자객 공천까지 했다. 그 협공을 이겨냈기에 한 의원은 단숨에 차기 주자 입지를 꿰찰 수 있었다.
필자 같은 구세대들은 이번 오세훈, 한동훈의 극적 승리를 보면서 1985년 2월 12일 총선을 떠올리게 된다. 김영삼, 김대중 민주세력 투 톱이 총선 한 달을 앞두고 급조한 신민당이 전두환 정권이 뒷배를 봐주던 기득권 야당세력을 뒤엎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유권자들은 폭압적인 신군부 정권과 사이비 야당을 동시에 심판하겠다며 투표장을 향했다.
영화 주인공이 힘에 부치는 상대를 맞아 고전할 때 비겁하게 등 뒤를 공격하는 ‘우리 편 밉상’이 등장한다. 천신만고 끝에 앞뒤의 적을 제압했을 때 주인공을 응원하는 관객의 도파민은 최고치로 폭발한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은 이재명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면서 장동혁의 못난 리더십을 한꺼번에 응징한다는 카타르시스에 전율을 느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의도와 정반대로 오세훈, 한동훈이라는 보수 진영 양 날개를 활짝 펼치게 만들었다.
장 대표를 멀리 한 후보는 살아남았고, 장 대표가 지원한 후보는 줄줄이 낙선했다. 그래서 선거 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런 조롱을 듣느니 때려치우겠다”가 보통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장 대표는 새 출발을 다짐했다. 버티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행태에서 짐작했던 대로다. 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이 한동훈 라이벌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장동혁은 정치적 좀비나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장 대표가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없는 현실은 이번 선거에서 이미 확인됐다.
장 대표와 당권파는 ‘윤 어게인’ 당원들을 등에 업고 한동훈 복당을 저지할 태세다. 그 전선을 지켜내서 국면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한 의원은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치 IQ가 두 자리수만 돼도 장동혁 깃발로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걸 안다. 6·3 선거 결과가 말해준다. 장동혁 체제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이대로 버티면 구차하게 연명하다 ‘밉상 캐릭터’로 쫓겨나는 수순만 남아 있다. 장 대표는 그런 결말을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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