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전남광주특별시, 삼성·SK 반도체 품을까?
전력·용수·재생에너지 삼박자
풍부한 인프라 ‘최적지’ 급부상
정부 지원 기조 투자 기대 ‘고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특별시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와 맞물려 호남권이 반도체·AI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전력 인프라를 갖춘 전남·광주가 수도권 중심의 첨단산업 지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SK, 반도체 공장 검토
10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특별시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대규모 팹(Fab) 공장보다는 후공정 분야인 반도체 패키징 공장 설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패키징 공장은 상대적으로 전력과 용수 부담이 적고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광주·전남의 여건과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내용의 투자 계획을 이르면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간담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지난달 첨단3지구와 광주군공항 이전 예정지 일대를 방문해 입지 여건과 기반 시설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제조 기지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화성·평택을 중심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패키징 시설은 충남 천안과 온양에 두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를 주력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호남 지역에 패키징 공장을 신설할 경우 이는 1991년 충남 아산 온양캠퍼스 조성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추가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례가 된다.
◇호남 '미래 산업의 메카' 급부상
반도체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선 전력·용수·인재 등 삼박자가 두루 갖춰져야 한다. 현재 호남 지역은 수도권보다 전력 수급이 용이하고, 재생에너지도 풍부해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강력한 RE100(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 충당) 이행 압박을 받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매력적인 생산 기지로 꼽힌다.
그동안 AI 및 반도체 기업들은 수도권을 사실상 최우선 입지로 여겨왔다.
하지만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가 산업을 주도하면서 이른바 '판'이 바뀌었다. 천문학적인 전력과 광활한 부지, 안정적인 공업용수 확보가 기업의 생존 조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대학교는 지난 1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지역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지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강점이 분명하지만 우수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기업 투자와 함께 인재 양성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물밑 협의 결실 맺을까
반도체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논의는 정부와 정치권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드릴 것이다"며 "영호남 문제에 있어 호남에 좀 더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제안을 지속적으로 두 기업에 전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삼아달라며 투자와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선거 이후 민선 9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인수위원회도 반도체 투자 유치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민형배 당선인은 8일 인수위원회 격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출범식에서 "시민들의 기대를 넘어설 만큼 규모 있는 투자 계획이 정부와 기업에서 꽤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금 기다리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진짜로 시작됐다"고 선언한 뒤 글로벌 최첨단 기업 유치가 압도적 성장의 핵심 프로젝트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 당선인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전남광주, '뭐가 와도 온다'"며 "이날 광주에서 만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이처럼 조용히 속삭였다"고 기대감을 키웠다.
대전환기획위원장을 맡은 정은승 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메모리 반도체 팹 유치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며 "압도적 성장은 점진적 계산이 아니라 퀀텀점프다. 전남광주를 젠슨 황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