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보전 '투표용지 상자' 이미 폐기됐다… 선관위 "단순 이송용, 원래 폐기 처리"
증거보전 결정 전 폐기, 보관 의무 없어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투표소에 대한 증거보전에 나섰지만, 보전 대상인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찾지 못했다. 투표용지가 아닌 보관 상자는 법적 보관 의무가 없어,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다른 물품과 함께 폐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0일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측과 함께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우성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법원이 전날 김 최고위원이 제기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따른 절차다.
증거보전 대상은 투표소에서 사용된 ‘인쇄매수 1,900매’ 표기 투표용지 보관 상자와 투표소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등 4건이다. 이날 현장 검증은 이 가운데 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현장 검증은 27분 만에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투표함이 빠져나간 뒤 선거용품 정리가 이미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증거보전 대상인 투표용지 보관 상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김 부장판사는 현장에서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봉인한 뒤 법원 내 별도 장소로 옮겨 보관해 증거를 보전할 예정이었다. 검증에 동행한 김 최고위원은 “(내부에) 들어갔는데 이미 다 치워져 있어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상자는 지난 5일 경찰이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을 반출한 뒤 시위대가 투표소 내부에 남아있던 물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관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증거로 꼽힌다. 상자에 적힌 인쇄 매수와 선거인 수를 대조하면 투표용지 준비 규모가 적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겉면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900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 수가 총 3,856명인 점을 고려하면, 용지가 선거인 수의 49.3% 수준만 인쇄된 셈이다. 이는 선관위가 밝힌 ‘선거인 수 대비 최소 50% 인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서울시선관위에 따르면 해당 상자는 법원이 증거보전 명령을 내리기 이전에 이미 폐기됐다. 투표함이 5일 개표소로 옮겨진 후 잠실7동주민센터가 상자를 회수해 보관하다가 9일 송파구선관위에 소형기표대 등 다른 물품과 함께 반납했고, 송파구선관위는 같은 날 이 물품들을 폐기업체에 인계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상자는 투표용지를 송부할 때 담는 상자로, 통상적으로 투표 마감 후 투표소를 정리할 때 자체 폐기한다”며 “증거보전 결정문이 폐기업체가 다녀간 후 송달돼 송파구선관위가 상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상대로 추가 증거보전 신청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에 정확한 답변을 요청했고 조만간 사실조회 답변을 받기로 했다”며 “내용을 보고 개표소 등에 대한 추가 증거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무효 소청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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