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쌓이는데 경매는 후끈…대구 아파트 낙찰률·응찰자 전국 ‘1위’
주거시설 낙찰률 32.9%·응찰자 수 5.6명 전국 최고
수성구 63.3% vs 달성군 49.6%...경매시장도 양극화


대구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는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이 4천 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경매시장이 새로운 매수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은 4천82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3천891가구로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공사를 마친 뒤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는 수년간 전국 최대 규모의 미분양 물량이 누적된 대표적인 공급 과잉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미분양 규모가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역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침체는 경매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지역 부동산 경매 진행 건수는 1천689건으로 2006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매각가율은 59.1%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매시장 내부에서는 다소 상반된 흐름도 감지된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지난 8일 발표한 '2026년 5월 지지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지역 주거시설 경매 낙찰률은 32.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32.1%)보다 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5.6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한 차례 이상 유찰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집중되며 실수요자 유입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북구 칠성동 성광우방 아파트에는 20명이 입찰에 참여했고, 중구 삼덕청아람리슈빌 역시 18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86.6%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하며 6개월 연속 80%대를 유지했다. 이는 부산(83.8%), 대전(81.3%), 광주(79.9%) 등 타 광역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대구 내부에서도 지역별 온도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구 중구의 낙찰가율은 66.5%, 수성구는 63.3%를 기록하며 대구 전체 평균(57.9%)을 웃돌았다. 반면 달성군(49.6%)과 군위군(48.8%)은 50%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입지 경쟁력이 높은 도심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구 부동산 시장의 '이중 구조'로 해석한다. 일반 분양시장에서는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경매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 A씨는 "대구 부동산 시장 전체가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실거주 수요가 있는 인기 지역과 단지는 경매시장에서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지역 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지역의 경매 지표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5월 경북 아파트 낙찰가율은 72.8%에 그치며 전월 대비 무려 8.7%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지방 8개 도 중 가장 큰 낙폭일 뿐만 아니라, 낙찰가율 수치 자체로도 전국 최하위권에 머무는 수준이다. 대구와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쌓인 매물 적체와 수요 부진이 경매 시장의 한파로 직결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매 시장에 물건은 지속해서 적체되고 있지만, 선별적 투자 성향이 강해지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경매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지방은 지역별, 단지별로 철저히 차별화되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대구의 낙찰가율 상승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경북의 하락세가 언제 진정될지는 하반기 금리 변동 및 지역 내 미분양 해소 속도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