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눈 가린 ‘여론조사 환각’[뉴스와 시각]

김만용 기자 2026. 6. 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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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전국부장

더불어민주당의 ‘뼈아픈 승리’로 마무리된 6·3 지방선거는 ‘여론조사 만능주의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기간 쏟아진 ‘전화면접’ 방식의 수많은 여론조사는 물론,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도 심각한 오차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1.15%포인트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본지 여론조사만 동률이라는 결과로 역전의 가능성을 예고했을 뿐 대다수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다. 전화면접은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의 표심까지 잡아낸다고 해서 ARS(자동응답시스템)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젠 더 믿을 수 없게 됐다. 터무니없는 통계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명확하다. 이재명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보수층과 2030세대의 침묵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샤이 보수’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들이 조사원의 전화를 외면하고 선거일까지 칼을 간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서슬 퍼런 국정 운영에 대한 거부감과 매주 발표되는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여론조사 데이터들은 결국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독배로 돌아왔다. 만약 정 후보가 이렇게 패배할 줄 알았다면 정 후보는 도전자이면서도 챔피언인 듯 ‘침대 축구’로 일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굴욕이 있을 줄 알았다면 이 대통령도 선거를 앞두고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주도하거나 SNS로 플라톤까지 소환해 ‘저질 정치 심판’을 외치며 상대 진영의 결집을 유도하진 않았을 것 같다. 전세난을 불러일으킨 부동산 정책도 다시 돌아봤을지 모른다.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훌쩍 넘는다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오니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대구시장까지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달콤한 여론조사에 갇혀 독선의 길을 걷는 사이 젊은층과 중도층의 냉소는 그렇게 수면 아래에서 뜨겁게 응축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대통령도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고 반응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라는 눈가리개부터 벗어 던지고 겸손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을 ‘10%포인트’ 깎고 세상을 보기를 권한다. 실제 이번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은 득표율 총합은 52% 수준이었다. 아마도 그즈음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정확한 온도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가 코스피 급등, 고유가 피해지원금 살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자책골 등 매우 우호적인 지형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지율은 그보다 낮을 수도 있다. 대통령 주변에선 또다시 여론조사를 앞세워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겠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도 돌아보는 게 좋겠다. 일을 잘한다는 기준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열심히 한다’ 정도라면 곤란하다. 사실 여론조사의 숫자란 한번 뒤돌아보는 거울일 뿐이다. 진짜 민심은 침묵 속에서 더 매섭게 칼을 가는 법이다. 여론조사의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선 더 처절한 심판이 숨죽여 기다린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던진 교훈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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