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아~" 대한민국, B급 감성에 빠지다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지인들이 '돈 떨어졌냐'고 물어봐요."
영화 '와일드 씽' 개봉 이후 주연을 맡은 배우 강동원이 지인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극 중 1990년를 풍미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댄싱머슨 현우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로 손꼽히는 강동원이 진지하게 춤추며 무대를 꾸미고, 망가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웃음이 번진다.
여기에 '발라드 왕자' 최성곤(오정세)까지 투입된 '와일드 씽'은 B급 감성 코미디로 분류되며 지지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와 MBC '오십프로', 배우 장혁이 참여한 G마켓 CF 등 웃음을 담보삼은 B급 콘텐츠가 방송가에서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B급 코미디는 통상 저예산으로 제작된 어설픈 콘텐츠를 뜻한다. 고급에 속하는 'A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B급이 주는 어설픔과 모자람을 내세워 웃음을 이끌어낸다. 일부러 부족한 듯이 보여주는 소위 '병맛' 설정과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식이다.
요즘 B급 감성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통해 대중과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품 밖으로 뛰쳐나오는 방식이다.
'와일드 씽' 측은 트라이앵글의 'Love is(러브 이즈)'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는 수백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각종 쇼츠를 비롯해 패러디 콘텐츠까지 포함하면 누적 조회수는 너끈히 수천만 회에 이른다.

오정세는 '니가 좋아'를 부른 최성곤의 모습으로 무대 인사를 진행한다. 개봉 2주차를 맞아 오는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코엑스,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차례로 방문해 관객들과 직접 만난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는 미각보이즈가 있다. 주인공인 취사병 강성재(박지훈)가 만든 주먹밥을 맛본 중대장의 상상 속 장면에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속 그룹인데 이들이 실제 무대에 오른다. 그들이 부른 '마이 플레이버'(My Flavor)는 지난달 27일 정식 음원으로 발매됐고, 오는 11일 케이블채널 Mnet 음악 순위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를 장식한다.

이런 흐름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MBC 드라마 '오십프로'는 각각 중국집 셰프, 기억을 잃은 남성, 편의점 사장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들이 국정원 요원, 북한 특수 공작원, 전국구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는 반전 과거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 속 아저씨들이 갑작스럽게 고난도 액션을 소화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B급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공식이 있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A급이어야 한다. 배우 오정세, 신하균, 허성태, 이상이 등이 어설픈 연기를 빈틈없이 소화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A급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B급 감성이 완성되는 아이러니다.

그 정점을 보여준 콘텐츠가 바로 G마켓 CF다. 앞서 가수 김종서, 민경훈, H.O.T 등과 손잡고 그들의 히트곡을 절묘하게 개사한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던 G마켓은 이번에는 배우 편을 준비했다. 배우 장혁, 박성웅 등이 참여했다. 특히 연기대상까지 안겼던 드라마 '추노' 속 대길이로 다시 분한 장혁의 절규 섞인 대사는 폭발적 관심을 가져왔다. "얼마나 좋아!"라는 명대사가 "알 많아 좋아!", "옷 말라 좋아!"로 바뀌었다. 안마의자에 파묻힌 채 "안마가 좋아!"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웃음 한번 짓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배우 지창욱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영화 '군체'로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고,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던 그는 애니메이션과 결합시킨 SK텔레콤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진지하게 만화 영화를 패러디한 광고를 소화한 그는 생활고까지 의심받자 "생활고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B급 감성은 익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안긴다. 유튜브와 SNS 등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네티즌은 직접 만든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정제된 고급 콘텐츠라기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댄 생활형 B급 감성이 강하다. 이렇듯 B급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은 강동원, 장혁, 박지훈 등 A급 스타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B급 콘텐츠에서 열연을 펼치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을 느끼는 셈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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