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 색출·소지품 수색 일삼더니…결국 ‘윤어게인’ 재등장

300~400명으로 대폭 감소한 참가자, 성조기 들고 ‘스톱 더 스틸’ 외쳐
경찰 “불법행위 엄정 대응”…16개 대 총학, 10일 규탄 시국선언 예정
대검 “합수본 중앙지검에 설치”…법원 “투표용지 보관상자 증거보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투·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참여 인원이 감소하고 ‘부정선거’ ‘윤어게인’ 등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경찰은 일부 시위대가 벌이는 폭행, 강요(소지품 검사)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부정선거·재선거” “당일 투표·수개표”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참가자 수는 약 300~400명으로, 지난 주말 최대 3만~4만명이 모인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재선거를 요구하는 2030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구호는 외치지 말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후 60대 이상 고령층 참가자 비중이 늘면서 이날부터는 재선거와 부정선거를 같이 쓰는 분위기가 됐다.
성조기와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구호도 눈에 띄었다. 경기장 한 입구 쪽에는 ‘윤석열이 옳았다’ ‘윤어게인’ 등이 적힌 팻말이 붙었다. 한 노년 시위 참가자는 “오전 시간대에는 젊은 사람이 적다”며 “3~4시쯤 학생들이 학교 갔다 돌아올 때까지 우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선 일명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 프락치’ 색출 문제를 놓고 소동이 벌어졌다. 오후 2시20분쯤 일부 참가자들이 “대진연이다”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쫓기 시작했다. 쫓기던 여성이 “대진연이 아니다. 도시락 받으러 온 것”이라고 항변하자 뒤쫓던 이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이 여성을 보호해 데려간 뒤 소동이 마무리됐다.
경찰청은 이날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의사표현은 최대한 존중하고 적극 보호하겠다”며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오상택 송파경찰서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청은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을 현장관리관으로 지정해 상황 관리에 공백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학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 관련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건국대·고려대·경희대·부산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 16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각 대학 캠퍼스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에서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국가 기본권 침해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시민 참여형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서울중앙지검에 설치하기로 했다”며 김태훈 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본부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일부 투표용지 보관상자 등을 증거로 보전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제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제기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해 이렇게 결정했다. 보전 대상은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투표소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등 4건으로 법원은 이를 봉인해 법원 청사 내에 보전키로 했다. 담당 법관은 이를 위해 10일 해당 투표소를 찾아 내외부 검증 절차에 나선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송파구 투표소에서 사용된 본투표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로 옮겨진 투표함에 대한 신청은 기각했다. 증거보전은 향후 소송에서 증거로 쓸 자료가 사라지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에 신청한다.
임주영·하주언·이창준·박민규 기자 z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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