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7000여장 부족…잠실·가락 등 1시간 넘게 투표 중단

● “투표용지 계산도, 사후 대응도 부실”
중앙선관위와 서울 송파구 선관위는 실제 인쇄를 규정의 하한선인 50%에 맞추게 된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최소 인쇄 기준을 선거인 수의 50%로 정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군구 선관위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또 편람에 “(인쇄 매수는) 선거구별 또는 투표구별로 조정해서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최종 인쇄량은 송파구 등 지역 선관위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파구 선관위는 편람에 앞서 하달된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역 선관위 모두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 기준》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 잠실4동의 투표율은 각각 66.3%와 67.3%였고, 잠실7동은 67.6%와 68.7%로 두 차례 연속 60%를 웃돌았다. 두 동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지역이다.
여기에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일 투표용지를 추가로 송부한 전국 91개 투표소 가운데 26곳에서 총 638분간 투표가 중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에선 선거 당일 오후 5시 50분부터 7시 35분까지 105분간 투표가 중단돼 그 시간이 제일 길었다. 잠실2동 제5투표소에서도 95분간 투표가 중단됐고,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선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5분, 72분간 투표가 중단됐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관리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인쇄비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 각 500만 원씩 총 8500만 원을 일괄 편성했다. 재보궐선거가 어디서 이뤄질지 확정되기 전에 일단 예산부터 편성한 셈이다.
● 투표용지 보관함-CCTV 증거 보전 명령
법원은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의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대상은 3일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발견된 투표용지 보관 상자와, 송파구 내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 4건이다. 10일 오후 법원은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을 찾아 증거물을 봉인하는 등 보전 절차에 들어간다.
한편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이날 27명 규모의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수본 구성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본부장을 맡게 된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법무부 공안기획과, 대검 공공수사부 선거수사지원과장 등을 지내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부본부장은 고태완 충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이 맡는다. 지난해부터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가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돼 합수본에서 검사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만 수사하고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및 계속되는 선관위의 부실 관리 정황과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에 국회와 정치권, 관계기관이 청년들의 문제의식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정부 모두가 그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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