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내 권리는 내가 지킨다"…'My Right 세대'의 항변
닷새째 이어지는 '재선거 요구'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30 그들은 누구인가
[편집자주]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이끈 2030세대가 잠실 재선거 요구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음에도 재선거를 요구하는 이들을 단순히 '보수'나 '우파'라는 틀 속에 가둘 순 없다. 실리적이지만 참정권 등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면 행동에 나서는 '마이 라이트'(My Right, 나의 권리) 세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누군가는 그들을 '극우'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은 단호했다. "우리는 극우도, 뉴 라이트(New right)도 아니다. 그저 나의 권리(My right)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분명 그 현장에 모인 상당수는 6·3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등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놀라운 건 오 후보가 당선됐음에도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당선되든 중요하지 않다.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게 본질이다." 내 권리가 침해받은 것에 분노하는 '마이 라이트(My right) 세대'가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8일 저녁 서울 송파에서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재선거 요구 시위 현장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핸드볼 경기장 인근 벤치 앞에선 20대 젊은 여성들이 돗자리에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태극기 문양을 그린 뒤 '재선거'라고 적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곳곳에 생수병과 과자 등이 놓여 있어 누구나 가져갈 수 있었다. '저희는 절대 후원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 누군가가 기부한 물품임을 알려줬다. 한쪽에선 20대 청년이 머리 위로 생수를 뿌리고 양팔을 휘저었다. 마치 '싸이의 흠뻑쇼' 콘서트 현장에 온 것처럼. 그러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과연 이들은 누구이며,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방식, 다양한 모습으로 '재투표' 시위에 힘을 실은 이들의 주장은 유사했다.
배모(21)씨는 "수능에 비유하면 시험을 보러 갔는데 시험지가 없다고 해서 시험을 보지 못한 꼴"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 침해됐는데, 어떻게 조용히 있을 수 있나. 스타벅스 사태 때 머그잔 깨부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수원에서 이틀 연속 시위에 참석했다는 박윤정(32)씨는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시위에) 나오고 있다"며 "핵심은 선거가 공정했느냐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투명하게 확인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광명에서 1시간 20분이 걸려 시위 현장을 찾은 전호진(23)씨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내 참정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고, 도현(27)씨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위가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정치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시위대의 메인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였다. 시위 시작 단계만 해도 상당수 시위대가 '부정선거'란 표현에 부정적이었으나 예전부터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측이 다수 합류한 결과로 보인다. 한 50대 여성이 '부정선거'를 외치는 시위자들을 향해 "부정선거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자 "마음대로 구호를 바꾸지 마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지난 주말 시위에선 '극우 집회'라는 인식을 우려해 성조기 지참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이날 시위에선 성조기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쪽에선 보수-진보 성향 유튜버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갔고, 손에 아무 푯말도 들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어디 소속이냐. 무슨 이유로 왔느냐"며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기에, 언제 어떻게 끝날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광장에 모인 이들은 '내 권리는 내가 스스로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서로의 시간과 열정을 나누고 있었다. 정치권이 적절한 대안과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이들의 목소리가 이 공간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조아현 기자 choah@sidae.com 최혜승 기자 hsc@sidae.com 유찬우 기자 coldmilk99@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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