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소맥', '은둔형 창업자' 네이버 이해진 깨웠다

김도영 기자 2026. 6. 9. 16: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해진 의장, 네이버페이·치지직 등 자사 서비스 적극 홍보
젠슨 황과 농담 주목 받으며 의외의 모습 보이기도
젠슨 황 CEO 방한 계기 대외 행보 나설지 주목
지난 8일 네이버1784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맨 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에서 두번째)가 인파를 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도영 기자

[시사저널e=김도영 기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웃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8일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미디어 스크럼 행사에서 며칠 전 '삼겹살 회동'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농담 섞인 발언이었지만, 평소 대외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의장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해진 의장이 최근 젠슨 황 CEO의 방한을 계기로 대외 행보를 늘릴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AI 경쟁 구도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네이버가 이번 젠슨 황과의 만남을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 역할과 글로벌 사업 관련 활동에 집중해왔던 이해진 의장이 최근 황 CEO를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은 물론 네이버페이, 치지직 등 주요 서비스 홍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의 이같은 대외 행보에 대해 "작년 회사 내부의 위기 의식 속에서 복귀한 이해진 의장이 그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 젠슨 황과의 만남을 기회로 삼아 반전을 꾀하려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봤다.

네이버는 그간 급변하는 AI 시대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검색, 커머스 중심에 머물러 있어 일각에선 이 의장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외연 확장과 성장 동력 확보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반전의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의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네이버가 국내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고민, 이 두 가지"라며 "젠슨 황을 만나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교두보'로 평가받았던 라인야후 경영권을 일본에 빼앗김으로써 뼈아팠을 이 의장이 엔비디아, SK텔레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AI 인프라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오너 간 협의 중요성 커져···"대외 노출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AI 인프라 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논의 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사안으로 확대되면서 오너 간 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외 노출이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방한한 황 CEO 역시 대외적으로 총수들과 직접 만나며 대중 노출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핵심 파트너들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생태계 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실제 이 의장은 평소 자신을 '은둔형 경영자'로 소개할 만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고깃집에서 황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가진 '삼겹살 회동' 역시 약 7개월 만의 공식 석상이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기자간담회가 마지막이었다.

이 의장은 삼겹살 회동을 마친 뒤 식당에 설치된 네이버페이 결제 단말기 커넥트의 '페이스사인' 기능을 활용해 식사비 전액을 결제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사 오프라인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식당 밖에서는 시민과 취재진에게 도넛 등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8일 황 CEO의 네이버 1784 방문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도 이 의장은 직접 황 CEO를 맞이하고 현장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이날에도 이 의장은 네이버웹툰 말풍선 채우기 행사, 치지직 특별 라이브 등 자사 서비스 홍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었다.

특히 황 CEO와 함께 출연한 치지직 특별 라이브 방송에서는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 플랫폼 자체 홍보는 물론 e스포츠 경기장 콘셉트로 무대를 꾸려 치지직의 핵심 콘텐츠인 게임과 e스포츠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방송 후반에는 치지직의 2026 월드컵 중계 계획도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동시 접속자 수 5만7000명을 돌파했다.

이 의장은 행사 중간중간 황 CEO 특유의 유머와 입담을 맞받아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의장은 '삼겹살 회동'을 언급하며 "앞으로 젠슨 황 CEO에겐 제가 평생 삼겹살을 사는 걸로 하겠다"며 웃어 보이기도했다. 이에 황 CEO 역시 "제 새로운 이름은 K-젠슨"이라며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흐름 속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오너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적 의사결정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가 들어서면서 산업 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면서 "이제 총수들이 생태계 전반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의장이 황 CEO 방문을 기점으로 앞으로 대외 행보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된다. 이 의장이 황 CEO 방한과 같은 주요 일정에 한해 제한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뿐, 특유의 '은둔형 경영 스타일'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