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가 쏘아 올린 혐오와의 전쟁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사태는 이미 특정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우려를 넘어섰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로 통칭되는 우리 사회 극우세력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들에 대한 제재 방안을 언급했다. 희화화된 밈을 소비하는 온라인 유저에서, 극우적 세계관을 확산시키는 위험 세력이 된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있을까?
2010년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는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극우 성향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가 되었다. 5·18 민주화운동,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월호 희생자, 여성과 이주 배경 노동자 등에 대한 조롱과 혐오 게시물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12·3 계엄 이후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중에도 공공연히 ‘일베 손가락’을 드러낸 이가 있다.
스타벅스 사태 이후 펼쳐진 광경은 ‘합법적’ 조롱에 대한 이들의 확신을 보여준다. 탱크데이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이 가득한 시기에도 일베 유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에 봉하마을을 찾아 ‘집단 조롱’을 인증했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SNS에 올린 글에 따르면, 5월23일 추도식 날 청년·청소년 50여 명이 일베 티셔츠를 입고 봉하마을 기념관을 다니며 일베 상징 손가락 모양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걷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 재단 직원과 봉사자들은 이들이 ‘일베 놀이’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전자방명록, 포스트잇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구를 남겼다.
테러에 가까운 이들의 기행은 그 의도가 무엇일까. 사회학자 엄기호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5월25일 이 사건을 다룬 〈경향신문〉 칼럼에 “내 앞의 상대가 무력해져서 좌절하는 것은 직접적인 정치적 효능감이며 쾌감”이라고 썼다. 일베 유저들은 단순히 “‘어그로’를 끌어 관심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시스템과 상대가 철저하게 무력화되는 것”을 즐긴다. 이들은 법의 한계를 실험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봉하마을 직원들이 느끼게 되는 좌절과 고통을 통해 지배감과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 날 봉하마을에서 벌어진 이 같은 ‘조롱 놀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나섰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후 유사한 사안들을 SNS에서 거듭 올리며 비판한 데 이어 혐오·조롱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일베 폐쇄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엄격한 조건하에 조롱·혐오에 대한 처벌과 징벌 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 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에도 ‘일베 소탕 법무팀’을 꾸리고 자신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유포한 일베 이용자 등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낸 적 있는, 일베와의 전쟁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즉, 이재명 대통령은 일베가 어떤 곳이고, 이곳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지 안다. 현행법상 일베 폐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 만에 국민 23만명이 참여하면서 청와대가 공식 답변에 나서기도 했다. 사이트 폐쇄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전체 게시물 중 불법 정보가 70%에 달하거나, 운영자의 사이트 개설 의도가 불법 정보, 혐오 조장 등이어야 하지만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실제 사이트 폐쇄까지 이어진 경우는 음란·도박 사이트, 북한 찬양 사이트 등이다.

법의 한계를 안다는 듯 일부 극우세력은 더욱 극단화했다. 스타벅스 사태가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혁명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에 대한 모욕으로 엄중한 정치적 사안이 된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타벅스 커피 인증 사진과 함께 호남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공동체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노하우를 학습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들이 폄하하고 조롱하는 것은 특정 지역이나 사건, 인물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대변하는 민주주의와 진보, 다양성 같은 우리 사회의 ‘가치’다.
합법의 경계 안에서 벌어지는 혐오 놀이
극우 무리가 이처럼 활개치는 데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으로 대표되는 ‘우리 편’이 끝내 안전하리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5월26일 신세계그룹은 탱크데이 프로모션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용진 회장은 2013년 골목상권 침해로 공개 사과를 한 뒤 13년 만에 다시 공개 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과거 자신의 극우적 발언과 행보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는 없었다. “전국의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 직원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거나,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는 등의 발언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 결과 해당 마케팅이 역사 왜곡 등을 사전 모의한 고의성이 없었다며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징계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등은 5·18 특별법 위반과 모욕 혐의 등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고소·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법적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5·18 특별법은 허위 사실 유포로 인정할 만한 행위가 입증되어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도 마케팅 기획 과정에서 경영진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번 ‘탱크데이’ 사태로 1주일 만에 약 84억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 스타벅스 본사가 스타벅스 코리아에 책임을 물어 운영권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이는 정용진 회장의 행보와 신세계그룹의 내부 검증 시스템 미비, 사건 이후 충분히 책임지지 않는 태도 등으로 자초한 경제적 후과다. 하지만 이 사태가 촉발된 배경으로 의심되는 정용진 회장이 자신의 극우적 행태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망을 피해 갈 틈새가 너무나 넓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과격한 극우적 세계관이 온·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넘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적극적인 혐오 대응이 필요하다는 합의하에 관련 법안도 마련 중이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DG)과 이를 모델로 삼은 오스트리아의 소통플랫폼법(KoPl-G)은 이용자 수가 많고 매출 규모가 큰 플랫폼을 대상으로 스토킹·모욕·불법촬영·폭력 선동·혐오 등의 콘텐츠에 대한 삭제 의무 및 위반 시 과징금 부과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대형 플랫폼에 대해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 시스템 리스크 평가, 알고리즘 투명성 보고 등을 법적 의무로 부과했다. 이 같은 법들은 대부분 사이트 폐쇄가 아닌 불법 콘텐츠 삭제와 모니터링 의무,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혐오 조장 콘텐츠를 방치해 트래픽 수익을 거두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불법 콘텐츠를 제재하지 않을 경우 손실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규제하는 일과 개별 혐오를 규제하는 일은 난이도가 다르다. 혐오범죄는 생물처럼 진화하고 암호화되어 있다. 혐오 세력들은 ‘도그 휘슬(dog whistle)’ 전략을 사용한다. ‘도그 휘슬’은 개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호루라기라는 의미로, 특정 집단만 해독할 수 있는 모호한 코드로 혐오 메시지를 전달하여 이를 이해하는 ‘우리’와 반대편에 선 ‘그들’을 구분 짓고, 혐오의 기원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밈화된 조롱 놀이에 참여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누군가 저의를 추궁하면 다른 말로 둘러댈 수 있기 때문에 면피에도 탁월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혐오나 조롱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독일에는 극우정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혐오 선동을 절도나 사기처럼 형사처벌하는 ‘국민선동죄’ 형법 조항이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 극우정당은 이 법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이주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독일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해야 한다’와 같이 정책 제안으로 포장하거나 우회된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매우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말도 법의 제재 밖에서 여전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닌 커뮤니티 이용자에 대한 제재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부적인 처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보다 포괄적으로 혐오·차별을 방지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유럽에서 시행 중인 플랫폼 규제법과 함께, 공적 영역에서 개인이 발화하는 혐오 표현을 제약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혐오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운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다르다.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큰 이견 없이 시행하고 있고, 참고할 관행과 사례도 매우 많아서 우리 사회에 쉽게 안착시킬 수 있다. 극우세력의 정치 전략이 실제 민주사회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활발한 지금 이 시점에,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혐오범죄 가중처벌법부터 시행하자는 논의가 필요하다(홍성수 교수).”
차별금지법은 혐오 그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혐오나 차별에 의해 실제적인 불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벌한다. 공공성이 강한 영역, 즉 고용 및 교육 영역 등에서 이루어지는 혐오는 차별금지법상 괴롭힘에 해당된다. 혐오가 공적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누군가 광장에서 혐오·차별 발언을 한다면 차별금지법이 무력할 수 있지만, 사업장과 교실에서는 다르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타인을 향해 혐오 발언을 할 수 있게 두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 상식의 마지노선을 그어놓는 것이다.

‘커피를 선택할 자유’ 억압받는다?
지금으로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 정부와 여당이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현 정부와 여당은 범민주 진영에서 말하는 ‘민주적 가치’를 공격하는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성·성소수자·인종 혐오 등에는 어떤 입장을 ‘선택’할 것인가? 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외쳤던 응원봉 광장의 목소리를 대선에서도, 이번 지선에서도 정치적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지금의 혐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이 쏘아 올린 또 다른 상징적 장면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커피를 선택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본인들을 지지해달라고 극우세력에게 결집을 호소하는 장면이다. 대통령과 여권 정치인들이 탱크데이 마케팅을 비판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스타벅스를 광우병·사드·후쿠시마(원전 오염수)에 빗대며 정부가 스타벅스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국가가 내가 마실 커피까지 결정하고 있다(김기현 의원)”라며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비판을 ‘공포정치’ ‘독재 시대’라고 규정했다.
극우세력과 주류 정치집단의 결합은 왜 심각한 문제인가. 극우세력이 정치라는 공적 영역 안으로 진입해 극우 이념을 정책이나 제도로 구현할 발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베를 중심으로 한 극우세력은 자신을 페미니즘, 이주노동자 정책, 장애인 정책의 ‘피해자’로 규정한다. 이 세계관 안에서 극우세력을 규탄하는 것은 곧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폭력이 된다. 일부 정치인은 피해자의 목소리로 포장된 극우 담론을 정치의 언어로 둔갑시키며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극우세력을 강력한 지지 세력으로 포섭했다. 2022년 대선 기간 윤석열은 자신의 SNS에 아무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페미니즘이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다” 등의 발언을 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안티페미니즘 사상에 동조했다. 최근 장동혁 대표의 탱크데이 옹호성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극우세력이 공론장을 점령해가는 담론 구조를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체의 가치를 위협하는 혐오와 조롱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하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이에 수많은 비약이 존재한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논리 사슬을 주류 정치세력이 지지층 결집에 이용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 아래 혐오를 방치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하는 누적된 혐오의 힘을 한 번에 해결할 ‘화끈한 정답’은 없다. 탱크데이 사태를 통해 확인된 시민들의 분노에, 정치세력이 법과 제도로 화답하는 과정이 남았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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