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로봇"…젠슨 황이 흔든 '피지컬 AI' 지형도
대만 타이베이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CT 전시회 컴퓨텍스 2026의 주인공은 단연 AI였다. 반면 올해 시장이 주목한 키워드는 단순한 생성형 AI가 아니었다. AI가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트(연산력)는 비용이 아니라 수익"이라고 강조하며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율주행차와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8/552778-MxRVZOo/20260608152354672grju.jpg)
◆ 생성형 AI에서 '실행하는 AI'로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AI 투자 열풍은 GPU와 HBM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막대한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대표 수혜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전략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AI를 만드는 기술'에서 'AI를 활용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틱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노동자라면 피지컬 AI는 그 판단을 현실 세계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젠슨 황 역시 "모든 엣지 디바이스는 결국 자율화될 것"이라며 AI가 클라우드와 PC를 넘어 자동차와 로봇으로 확장되는 거대한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사실상 '피지컬 AI 원년'으로 평가한다. AI가 채팅창을 벗어나 공장과 물류센터, 생산라인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 젠슨 황이 찍은 다음 무대는 로봇·스마트팩토리
이 같은 변화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SK하이닉스와 네이버, LG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진행했다. 주목할 점은 논의의 중심이 더 이상 AI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AI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LG그룹과 휴머노이드 로봇 및 차세대 데이터센터 분야 협력을 공식화했으며 국내 기업들과의 로봇 생태계 확대 의지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실증 작업도 진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더 이상 단순한 AI 반도체 기업이 아니라 AI 산업 전반의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최종 목적지가 피지컬 AI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반도체 다음 투자처…피지컬 AI 생태계 주목
국내 증시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AI 수혜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이 사실상 독식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ODEX 로봇액티브 ETF다. 이 ETF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등 순수 로봇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AI 인프라 기업들도 함께 편입하고 있다.
이는 피지컬 AI 산업이 특정 기업군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AI 반도체와 액추에이터, 센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마트팩토리 플랫폼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도 로봇 핵심 부품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AI 산업의 중심축인 반도체 성장세가 꺾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
다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점차 'AI를 만드는 기업'에서 'AI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 혁명이 플랫폼 기업의 시대를 열었다면 피지컬 AI 혁명은 제조업과 산업 자동화 기업들의 재평가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어떤 AI 모델이 가장 똑똑한가"가 아니다. 이제는 "어떤 기업이 AI를 현실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새로운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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