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폭발사고 닷새 만에… 경영진 향한 수사망
대표이사 입건까지 번진 중대재해 수사 파장
압수수색·출국금지로 좁혀지는 책임 규명
한화, 방산업계 안전경영 시험대 올라
[지데일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수사기관의 칼끝이 경영진을 향하고 있다.
근로자 5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친 대형 산업재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과 노동당국이 전방위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방위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척공실에서 발생한 폭발과 화재로 시작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으며,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고 이후 수사기관은 신속하게 책임 규명에 나섰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형사책임을 묻는 법률이다. 이번 입건은 단순히 현장 관리자의 책임을 따지는 수준을 넘어 기업 최고경영진의 안전관리 의무 이행 여부까지 조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찰 역시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장 차원의 안전관리와 작업 공정 운영 과정에서 법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위험 공정에 대한 사전 점검과 비상 대응 체계, 작업 절차 준수 여부 등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연구개발 캠퍼스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확보된 자료에는 안전관리 관련 문서와 내부 보고서, 작업 지침서, 전자기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핵심 관계자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휴대전화와 각종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수사기관이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 사고가 우발적 사건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누적된 결과인지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대부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위험성 평가 미흡, 안전교육 부족, 작업 절차 위반, 설비 노후화, 관리 감독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사고 발생 직전의 상황뿐 아니라 평소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위산업 시설이라는 특성도 주목받고 있다. 로켓 추진체와 화약, 각종 화학물질 등을 다루는 공정은 일반 제조업보다 위험성이 높다. 작은 실수나 관리 소홀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더욱 엄격한 안전기준과 정기적인 위험성 평가가 요구돼 왔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제도와 현장 운영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안전보건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예산을 늘려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대응에 머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의 관심이 생산성과 납기 일정에 집중될 경우 안전 관련 위험 신호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나흘 뒤 손재일 대표는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노동계는 사과와 위로를 넘어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이번 수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기업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경영진의 안전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떤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참사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고 그 결과가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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