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든 2030 “선관위 해체”…정치구호 자제 이념론 선긋기

- 청소년·가족 단위 수만 명 운집
- ‘선거무효’ 등 손팻말 들고 행진
- 투표함 반출 여부 삼엄한 감시
- “부정선거 의혹에 기름 부은 꼴”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투표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제9회 지방선거 개표소가 마련됐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는 주말 내내 재선거와 선거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번 시위는 특정 정당의 주도가 아니라 참정권을 지키겠다며 청년층과 가족 단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치적 구호마저 삼가는 이례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는 사상 초유의 부실 선거 사태를 규탄하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선거 당시 송파구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이곳은 경기장 모든 출입구가 시민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참가자들은 ‘선거무효’ ‘재선거 실시’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경기장 주변을 행진하거나, 돗자리를 깔고 투표함 반출을 감시했다. 같은 시각 바로 옆 체조경기장 대형 K-팝 콘서트를 찾은 관람객과 시위 인파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번 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2030 세대를 비롯한 청년층과 청소년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아내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30대 김모 씨는 “여야의 진영 논리를 떠나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가장 기본 원칙이 침해당한 사건”이라며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행정이 결국 부정선거 의혹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성토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온 20대 예비부부 역시 “투표를 하고 싶어도 용지가 없어 대기하다 발을 돌려야 하는 상황은 상상조차 못 했다”며 “재선거는 물론이고 선관위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사법 수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위가 정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현장 곳곳에는 ‘정치 구호 금지’라는 자발적 대자보가 붙었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겨냥한 슬로건을 배제하자는 공감대가 견고하게 형성됐다. 시민은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박스나 종이에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나눴고, 일부 참가자는 인파의 이동 동선을 통제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연대 세력의 지원도 이어져 커피와 생수가 무료로 배포됐으며, 현장에 오지 못한 시민이 보낸 음식물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줄을 잇기도 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올림픽공원 일대 방문 인파는 4만 명에 달했다. 경찰은 핸드볼경기장 주변 시위 참여 인원만 비공식적으로 1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집회 규모는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시위는 지난 5일 오전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된 직후부터 사흘째 이어진다. 개표소 내부에 고립됐던 선관위 직원은 이미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올라온 60대 조모 씨는 “전 국민이 분노할 중대한 헌정 유린 사안인 만큼 앞으로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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