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李대통령의 ‘면’이 깎였다

친명은 “상식적으로 볼 때 이번 선거는 정청래 대표 리더십에 의한 선거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업적을 가지고 치르는 선거”라고 했다. 야당은 신박하게 “이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선거”라 규정했었다.
지금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민주 12 : 국민의힘 4’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여당 압승이랄 수 없다. 당초 전망된 15 : 1과 거리가 멀다. ‘명픽’ 정원오(서울) 김용남(평택을)은 국힘에 패했다. 이 대통령이 띄워준 하정우(부산 북구갑) 역시 드라마틱하게 낙선했다. 전통시장까지 찾아갔는데도 부산시와 울산시 빼고 다 졌다. 이 대통령의 ‘면’이 깎인 것이다.
● ‘대통령 얼굴로 치른 선거’ 찜찜한 결과

사무총장 조승래는 아예 서울-영남의 정치적·인구학적 구조에 패인을 돌렸다. 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거나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게 아니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럼 왜 4월 말까지도 ‘여당 후보 많이 당선’(46%) 여론이 ‘야당 후보 많이 당선’(30%)보다 훨씬 많았는데 5월 들어 줄었는지 묻고 싶다(갤럽 조사). 이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도 67%(4월 넷째 주)→64%(다섯째 주)→61%(5월 둘째 주)로 내려갔다. 압승 못한 이유를 여당이 알면서도 대통령 앞에 감히 말을 못한다면 더욱 문제다.
● ‘공소취소 특검법’이 깎아먹었다

안다. 여당은 공소취소 아닌 조작기소 특검법(‘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특검법)으로 부른다는 걸. 하지만 어쩌랴. 선거 전날 이 대통령은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기 사건 공소취소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이 법의 악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갤럽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4월 말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이다. 연휴로 5월 첫 주 건너뛰고 실시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계속 1위다. 달라진 건 이때 처음 ‘공소취소 특검법 발의’가 부정평가 이유로 등장했다는 점이다(5%).
● 재판 회피-답변 회피에 유권자 실망

특검법 부정평가가 5월 셋째 주 좀 내려앉긴 했다(2%). 그러나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는 여전히 10%다. 이때 ‘소통방식’이 처음 지적된 것도 의미심장하다(3%). 스타벅스 불매 촉구 등 공격적 언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특히 2030들에게 참을 수 없이.

오죽하면 선거 이틀 전 대구시장 후보 김부겸이 “그 법(공소취소 특검법), 내가 막겠다”고 했겠나. 4월 말까지 1위였다 특검법과 더불어 내리막길에 들어서 결국 낙선한 김부겸이었다. 그래서 더 짠하다.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공소취소 막강 대통령 앞에 “안 된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정권엔 없는 것이다.
●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자, 누군가

선거 전 이 대통령은 투표 독려 폭풍 SNS를 날렸다.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거칠게 적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옳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악마라는 극도의 이분법은, 불편하다. 선거개입이냐는 야당 비판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가 편가르기나 누군가를 음해하는 것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일방적 소통방식도 이젠 고문처럼 괴롭다.
● 통합에 나서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문재인보다 지지율 높지도 않은 이 대통령은 두려움 따윈 없는 듯하다. 정치권에 민생개선과 국민통합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고, 공직자들엔 “국정 속도 배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통합에 가장 힘써야 할 사람이 다름아닌 이 대통령이다. 속도 보다는 목적이, 방향이 중요하다.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공소취소 특검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국민 분노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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