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휘둘리는 환율…17년 만에 1550원대 육박
금융시장 ‘검은 금요일’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6/joongangsunday/20260606010908404uoyx.jpg)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9.25원까지 상승한 뒤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급등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장중 1570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가 부족해 발생한 과거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1540원대 환율의 의미와 위험 신호를 짚어봤다.
Q 외환위기 신호인가.
근본적으로 ‘달러가 부족해서’ 생긴 과거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1997년 89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4269억9000만 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 2500억 달러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 역시 탄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교수는 “올해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었고 외환보유액과 기업 단기부채 등을 고려하면 위기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 역시 “과거 외환위기와 달리 한국은 충분한 외화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 신용도와 대외 지급 능력 측면에서도 위기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Q 그런데 왜 환율은 오르나.
‘강달러’ 현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동 전쟁 직전 이후 지난 4일까지 달러(6.33%)뿐 아니라 위안화(7.44% 상승)와 엔화(4.06% 상승) 대비로도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주 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20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고, 4일에는 하루 동안 약 7조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두 번째 규모의 매도 기록을 세웠다. 미국·이란 갈등 장기화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국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 예고 등 대외 악재도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Q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전문가는 당분간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환율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단기간 안정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통화량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기대와 해외 투자 확대,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며 “현재로써는 환율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환율 상승 압력이 높다”며 “1600원대 상승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어 1600원을 터치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Q 진짜 위험은 무엇인가.
실물경제가 체감하는 진짜 위험은 물가다. 한국은 원유·가스·곡물 등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이는 소비자 물가와 기업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물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4.2%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환율 상승은 물가의 직격탄”이라며 “물가 급등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치명적이며 경제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Q 환율 안정화를 위한 방안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 속에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고 있다. 석 교수는 “환율 안정과 물가 관리를 위해 한국은행이 7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통상적인 25bp(bp=0.01% 포인트) 인상이 아니라 50bp 수준의 선제적 빅스텝도 검토해야 한다”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명확한 금리 인상 신호를 주거나, 긴급 금통위를 통해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현정·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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