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30, 이념보다 이슈... 절반 넘게 오세훈 찍었다
2030 여성의 국힘 지지도 높아져
전문가 “부동산 정책에 분노…
공소취소·스벅 논란에도 반감”

이번 6·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현 당선인)가 개표 13시간 만에 극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역전한 데는 2030 표심이 뒷받침됐다. 방송 3사(KBS·MBC·SBS)가 지난 3일 발표한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의 35.9%는 정원오 후보, 56.8%는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답했다. 30대의 36.7%는 정 후보, 59.7%는 오 후보라고 답했다.
서울 2030의 성별 응답을 보면,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2030 남성의 경우 오 후보 지지가 훨씬 높았다. 20대 이하 남성은 정 후보 20.6%, 오 후보 75.3%였고, 30대 남성은 정 후보 36.7%, 오 후보 59.7%였다. 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지난해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20대 남성(24%), 30대 남성(37.9%) 비율과 비슷했다.

그런데 진보세가 강하다고 알려졌던 2030 여성의 오 후보 지지도 높은 편이었다. 20대 이하 여성은 정 후보 48.5%, 오 후보 41.4%였고, 30대 여성의 경우 정 후보 42.8%, 오 후보 53.6%로 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 지난해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58.1%, 30대 여성의 57.3%가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는데 정 후보 지지는 그보다 약 10~15%포인트 낮았다.
민주당도 서울 2030 여성의 표심 변화를 민감하게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오 후보에게 투표한 30대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30대 여성 유권자층에서 국민의힘에 밀리는 결과는 처음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의 2030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월세 대란으로 원래 살던 집에서 ‘다운 그레이드’해 이사를 가야 하는 2030의 분노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문제와 정권의 스타벅스 불매 운동 등도 오히려 2030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뒤집은 ‘2030 분노 투표’… 대구보다 더 국힘에 표 몰아줘
2030은 ‘젠더’ 이슈에 가장 민감한 세대로 남성은 보수 성향, 여성은 진보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돼 왔다. 이번 방송 3사 출구 조사도 전국 평균을 보면 20대 남성의 55.8%, 30대 남성의 48.6%는 국민의힘 광역 단체장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다. 민주당 후보 지지는 20대 남성의 33%, 30대 남성의 42.1%였다. 반면 20대 여성의 66.4%, 30대 여성의 63.5%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 지지는 20대 여성의 25.7%, 30대 여성의 32.5%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독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2030 여성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아졌다. 특히 서울 2030의 국민의힘 지지는 보수 텃밭인 대구보다 높았다. 대구의 20대 이하는 43%가 민주당 김부겸 후보, 54.9%는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현 당선인)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30대는 김 후보 50.7%, 추 후보 47%로 김 후보가 우위였다.
결국 2030은 무당층 성향이 강해 이슈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2030 여성이 보수화했다기보다, 젊은 표심은 앞으로도 언제든 현안과 후보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대구 30대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50%를 넘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부동산은 내 일, 주식은 4050 이슈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과 주가 부양, 두 가지 정책을 띄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X에서 “주식 시장 개혁, 자본 시장 선진화, 주택 시장 안정,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은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고 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선거 유세 현장에서 “주식으로 이득 본 분들은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라”고 했다.
그런데 KB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 수급 지수는 182.67로, 2020년 12월 188.6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대 광역시(166.33)와 다른 지방(167.49)도 높았다. 전세 수급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야권 관계자는 “내 집 마련 기회는 점점 박탈되고, 전·월세 대란으로 싼 곳을 찾아 이사 가는 2030의 분노도 표심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여당이 최대 성과로 내세운 주가 부양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 결집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조원빈 성균관대 교수는 “4050보다 주식 투자를 할 돈도 적고 이득도 적었을 2030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공소 취소, 스타벅스…‘정권 마음대로’ 거부감
전문가들은 현 2030은 이념화된 세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60대 이상이 산업화·북한과의 체제 경쟁, 4050이 민주화·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등을 경험하며 정치 성향이 굳어진 반면, 2030은 사안별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추진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문제나 정권 차원에서 벌인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2030에게 거부감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2030에게 공소 취소 문제는 공정에 대한 의문, 스타벅스 이슈는 정치·이념 문제로 확대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 것”이라고 했다.
◇정당보다 후보 경쟁력이 중요
2030이 정당보다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을 보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는 20대 남성만 민주당 김부겸 후보 33.2%,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63.7%로 격차가 컸다. 20대 여성과 30대에서 두 후보 간 차이는 10%포인트 내외였다. 진보·보수 구도를 떠나 김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2030 여성의 민주당 정원오 후보 지지세가 전국 2030 여성의 민주당 지지세 평균보다 낮은 것도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정 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이나 31년 전 주취 폭행 사건 등이 2030, 특히 여성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토론 기피와 ‘명픽(이 대통령 선택)’ 후보만 내세운 유세 전략도 2030엔 먹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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