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40원 찍은 환율, 한국 경제 ‘약한 고리’ 단단히 조여야
3주째 1500원 선을 웃돌던 환율이 급기야 장중 154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당국이 F4 회의(경제 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을 열고 강도높은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동전쟁 장기화와 외국인 주식 매도에 미국의 관세 위험까지 겹친 탓이다. 환율이 16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고환율은 고물가·고금리의 도화선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출발했다.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7년3개월 만이다. 환율은 야간 거래 시작 후인 오후 5시를 넘어 1540원까지 돌파했다. 역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환율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다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적했듯 지금의 원화 약세는 ‘도약의 마찰음’ 성격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올라탄 기업 실적과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에 힘입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한 한국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가 유발됐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강제 노동 생산의 교역국에 한국을 포함시키며 1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원화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환율은 전쟁발 오일쇼크, 한·미 금리격차 등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외생변수부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평가까지 복잡한 함수가 얽혀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 변동성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고된 스페이스X(기업가치 2조달러)와 앤스로픽(1조달러) 등 이른바 ‘빅테크 공룡’들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외환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상장에 나서면 국내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공산이 크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서학개미’의 양도소득세 면제를 내세운 국내주식복귀계좌(RIA) 등 고환율 대응책을 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더 큰 틀에서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도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단기 제어 수단은 한계가 있고, 시장의 심리를 돌려놓을 만한 반전 카드 역시 찾지 못한 채 1500원대 환율은 ‘뉴노멀’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난국을 타개할 창의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여 대외신뢰성을 확보하는 근본 처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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