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110만 시대…폭행·괴롭힘 근절 ‘기획감독’ 추진
李 대통령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
노동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 종합대책 발표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명을 돌파하며 산업현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4일 이주노동자의 언어 장벽과 체류 불안 등을 악용한 폭행ㆍ괴롭힘ㆍ부당 대우에 선제 대응하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내국인보다 높은 산재율과 임금체불 등 기초 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고,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건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이주노동자 괴롭힘 사건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2월 전남 나주에서는 스리랑카 국적 이주 노동자를 지게차에 묶어 조롱하는 영상이 알려졌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후 외국인 노동자를 괴롭힌 A(54세)씨는 특수체포·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난달에는 노동부 인천북부지청과 인천서부경찰서가 이주노동자를 폭행한 B 섬유공장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대표는 2023년부터 3년 동안 이주노동자 4명을 폭행했고, 최근엔 기숙사에 없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대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권리구제를 강화하고, 괴롭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먼저 노동포털 ‘재직자 익명제보센터’에 이주노동자 항목을 신설하고 모국어 온라인 익명 설문조사를 운영해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포착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 생활과 근무 환경 이해도가 높은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인권리더’ 제도를 이달 중순부터 시범 도입한다.
현장 지도ㆍ감독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는 전국 150개소를 대상으로 정기 감독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 화성·인천·안산 등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의 취약 사업장 100여 개소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폭행·괴롭힘 특화 기획감독’을 추가 실시한다.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인지되면 즉시 현장 조사에 착수하며, 지방노동관서ㆍ경찰청ㆍ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간 핫라인을 구축해 사건 해결까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피해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안산ㆍ경기ㆍ인천북부 등 밀집 지역 14개 지방노동관서에는 ‘이주노동자 전담팀’이 지난달 22일자로 신설돼 본격 가동 중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기 위해 인근 쉼터 연계를 강화하고, 고용센터에 공인노무사 등이 참여하는 ‘출장신고센터’를 설치해 다국어 원스톱 상담·신고 서비스도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일터를 옮길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제도(E-9) 개선을 추진한다. 또한, 부처 간 정보 연계를 통해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를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이주노동자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사전 모니터링부터 권리구제, 제도 개선까지 차질 없이 추진해 인권침해 사각지대가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