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2009년 금융위기 때 기록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면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상 최고치를 찍는 국내 증시 랠리에 외국인 순매도 등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양상이다. 당장 종전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1500원대 환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16.4원(주간 종가)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5일(1500.8원)에 1500원을 넘어선 뒤, 12거래일동안 1500원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외환위기였던 2009년 2월24일부터 3월10일까지 11거래일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2000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1500원보다 위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은 이날 지난 4월2일(장중 최고가 1524.1원) 이후 두 달만에 1520원을 넘기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전쟁이 시작된 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지난 3월 1500원을 넘었다가 4월에는 종전 기대감으로 1400원대로 내려왔지만, 지난 15일 다시 1500원을 돌파했다.
지금의 고환율은 중동 협상이 오락가락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영향이 크다. 미국과 이란 협상에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제유가가 널뛰면서 원유 의존도가 큰 한국의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의 코스피 랠리와 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반도체 호황에 최근 ‘젠슨 황 방한 효과’가 겹치면서 지난달 6일 7000을 넘고 20일 만에 8000선을 돌파한 뒤 이날 8801.49으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에 외국의 패시브 펀드(주가지수 추종 상품)들이 신흥국인 한국 투자금의 비중을 기계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달러 수지 마이너스가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오는 달러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수출로 번 달러 중 상당액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보유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안팎에선 지금의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특별법이 오는 18일 발효되고 발효되고,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면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 전쟁이 끝나거나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당분간 1500원대 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이나 외환당국의 개입 등이 있으면 1400원대로 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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