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장서 8년새 세번 폭발사고… 13명 숨지고 6명 부상

1일 폭발 사고가 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미사일이나 로켓의 추진체를 생산·개발하는 곳이다.
한화 측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들은 추진제(연료)를 만드는 작업을 마친 뒤 공구에 묻은 화약을 세척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과 세제를 섞은 세척액을 뿌려 화약을 씻어내는 마무리 작업이다.
추진제는 미사일이나 로켓의 추진체에 채워 넣는 연료다. 화약에 알루미늄 등을 섞어 만든다고 한다. 한화 관계자는 “추진제는 물이 묻으면 무력화된다”며 “위험성이 낮은 공정인데 폭발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추진제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연소 속도가 매우 빨라 제어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낮은 온도에서도 불이 붙을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작은 충격이나 옷감의 정전기에도 폭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공구에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전기나 외부 충격 등으로 화약이 갑자기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학과 명예교수는 “추진제에는 알루미늄이 들어가 정전기에 매우 취약하다”며 “정전기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는 “화약을 씻어내다 폭발 사고가 난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고성능 미사일을 새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측했던 것보다 사고 위험이 커졌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업장에선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각각 5명과 3명이 숨졌다. 한 사업장에서 8년간 대형 폭발 사고 3건이 발생해 총 1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 5월에는 로켓 추진체에 추진제를 채우던 중 폭발 사고가 났다.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9년 2월에는 로켓 추진체에서 추진제를 빼내던 중 폭발 사고가 나 3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안전 관리 미흡’이 원인이었다. 2018년 사고 때는 추진제를 채우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작업자들이 고무망치로 추진제가 담긴 용기 밸브를 두드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폭발 위험이 큰 추진제에 충격을 가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현장 안전 책임자도 이를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사고 때는 로켓 추진체 내부에 남아 있던 정전기가 화약과 반응하면서 폭발했다. 정전기를 외부로 흘려보내는 접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사고 직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486건을 적발했다. 2019년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82건을 적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국가 핵심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 측은 “2018·2019년 사고 후 관련 공정을 자동화했으나 이번에 사고가 난 공정은 자동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위험이 크지 않다고 봤는데 당혹스럽다”면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 측은 “방산 사업장에서 덜 위험한 곳이 어디 있느냐”며 “회사 측이 안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허록 노조위원장은 “2018·2019년 비슷한 사고로 여러 노동자가 희생됐는데도 또 사고가 발생해 비통하다”며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는 모든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일 사고 현장에 대해 정밀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선 유족들이 발을 굴렀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치 순서에 따라 ‘1번’, ‘2번’ 등 번호를 붙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라 유전자 조사를 하고 있다”며 “2일쯤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숨진 작업자 5명은 50대 2명, 30대 1명, 20대 2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20대 2명은 입사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계약직 근로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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