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사라지고 동성애 공방만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는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 교육감은 조전혁’이라고 쓴 빨간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시민은 “퀴어가 뭐야?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하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나갔다.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성애 교육 반대’는 서울교육감 선거 이틀 전까지도 후보들 사이 최대 이슈였다. 상대 후보들뿐 아니라 교사 단체들도 “학교 현장에서 혐오와 대립, 갈등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조 후보는 28일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조직위원회에 공식 전달하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날은 서울 강서구 전교조 본부 앞에서 “동성애 퀴어 축제 참여 독려와 편향적 성교육은 안 된다”고 했다.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어차피 유권자 관심이 낮은 선거이기 때문에 교육 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동성애 이슈로 선명성을 부각시켜 종교계 표를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 정책 논의가 실종된 것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전남광주교육감 후보들은 ‘이름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김대중 후보는 다른 설명은 하나도 없이 ‘교육감은 김대중’이라고 쓴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학교 다닐 때 별명은 대통령 후보,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DJ가 별명이었다”고 말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교육 정책 홍보보다는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호 후보는 ‘장관이어라’라는 글귀를 홍보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호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장관만 기억해달라’는 글도 올렸다. 장 후보 측은 “훌륭한 광경이란 뜻의 ‘장관(壯觀)’이란 단어를 사용해 이름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정선 후보도 ‘정선 아리랑’으로 이름을 홍보 중이다. 일일 유세 사진과 함께 ‘오늘도 정선아리랑 울려 퍼지다’라고 쓰는 식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후보들이 자극적인 이슈나 이름만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라면서 “AI 시대 학교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교육감들이 어떤 교육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까지 후보 간 고소·고발전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에선 신경호 후보와 강삼영 후보가 ‘정치 중립을 훼손했다’며 서로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서울의 한만중 후보와 정근식 후보는 ‘민주진보 후보’ 명칭을 놓고 서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후보는 진보 단일화 기구 경선에서 이겨 ‘민주진보 단일 후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한 후보는 경선에서 부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 명칭 사용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인데 교육 정책 대결은 볼 수 없고 ‘이름 마케팅’ 같은 코미디와 상호 고발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운 선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세종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자신의 측근 임전수 후보 지지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며 또 다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 장관은 지난 4월에도 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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