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대에 서겠다"…트럼프, 250주년공연 가수들 보이콧에 ‘역공’

이규화 2026. 5. 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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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형 축하 행사 '프리덤 250'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유명 가수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직접 무대에 오르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개최되는 '프리덤 250' 콘서트는 당초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기획됐으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성격의 행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출연진의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공식적인 국가 기념행사인 '아메리카 250'와는 별개의 사실상 대안 행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래미상을 수상한 래퍼 영 M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사의 정치적 성격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출연 취소 배경을 밝혔다.

록밴드 포이즌의 보컬 브렛 마이클스 역시 "미국을 축하하는 행사로 알고 참여를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분열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며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컨트리 음악 스타 마르티나 맥브라이드도 "비당파적 행사라는 설명을 받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연을 철회했다.

펑크 밴드 코모도스와 R&B 그룹 모리스 데이 앤드 더 타임도 특정 정당과 연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줄줄이 라인업에서 이탈했다.

반면 모든 아티스트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스타 래퍼 바닐라 아이스는 "이런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씨앤씨 뮤직팩토리 출신 래퍼 프리덤 윌리엄스도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등 복잡한 반응을 보였지만 보이콧 압박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출연진 이탈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과장된 자신감을 드러내며 직접 공연 무대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일부 가수들이 무대 공포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나는 돈은 많이 받으면서 행복하지도 않은 소위 아티스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이어 자신을 "엘비스 프레슬리 전성기보다 더 많은 군중을 모으는 남자", "기타 하나 없이도 공연장을 채울 수 있는 남자", "조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남자"라고 소개한 뒤 "삼류 아티스트들을 대신해 '그를' 초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같은 장소와 시간에 '아메리카 이즈 백'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며 "오직 애국자들만 초대될 것이고 거칠지만 아름다운 미국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공격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이날 워싱턴의 대표 문화시설인 케네디센터 명칭 변경과 대규모 개보수 계획에 제동을 건 크리스토퍼 쿠퍼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판사의 배우자가 민주당 성향 인사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관세 정책 위법성 논란과 출생시민권 관련 소송까지 언급하며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조작돼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판사들과 법원을 좌파 세력의 일부로 규정하며 불신을 드러내왔고, 이는 향후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프리덤 250' 논란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깊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 놓여 있는지 일단을 보여준다. 국가 탄생 250주년은 정파를 초월해 국민적 통합을 기념해야 할 역사적 이정표이지만, 미국에서는 이제 문화와 예술, 심지어 국가 기념행사마저 정치적 진영 대결의 무대로 변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수들의 집단 이탈을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무대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의 정치적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비판과 논란을 회피하기보다 더 큰 논란으로 맞서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또 그런 방식이 지지층 결집이라는 측면에서는 종종 상당한 효과를 거둬왔다. 트럼프 특유의 자신감은 지지자들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지만, 반대 진영에는 국가 통합보다 분열을 심화시키는 행보로 읽힐 수밖에 없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소동은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정치적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키로 했다가 취소한 브렛 마이클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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