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추운데” 한마디에 운전석만 1℃ 올려…‘AI 비서’ 탑재한 신형 그랜저 타보니
정보 검색, 유머 섞인 대화도 척척
차량 제어 기능은 여전히 신중해

운전석에서 “나 좀 추운데”라고 말하자 운전석 쪽 에어컨만 1℃ 올라갔다. ‘운전석’이라고 특정하지도 않았는데, 차량이 발화 위치를 인식하고 공조 기능을 조절한 것이다. 이번에는 조수석에서 “난 더운데”라고 말했더니 조수석 쪽 에어컨만 1℃ 내려갔다. “두 자리 에어컨 상태를 똑같이 맞춰줘”라고 하니 바람 세기와 온도 등을 모두 동일하게 조절했다. 이 모든 건 현대차의 새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인 ‘글레오 AI’로 작동한 결과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해 강원 춘천시까지 약 70㎞ 거리를 왕복하며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를 시승해봤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모델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는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돼 눈길을 끌었던 차종이다. 시승하는 약 2시간 동안 글레오와 ‘수다’를 떨어 봤다.
“재밌는 얘기 좀 해줘”라고 했더니, “세상에서 가장 미안해하는 동물은? ‘오소리’(Oh sorry)” 같은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날 헤드라인 뉴스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6·3 지방선거와 사흘째에 접어든 서소문 지하차도 붕괴 사고 수습 상황 등을 요약해서 전해줬다.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라고 하자 인근 개방화장실을 3개 이상 소개했다. 혼자 운전할 때는 시시콜콜한 질문이나 토론, 정보 검색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해?” 같은 민감한 주제에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어요” 같은 방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현대차가 플레오스 커넥트를 선보이면서 안전 요소를 면밀히 고려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예컨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사이드 미러를 접어 달라고 하거나, 유튜브나 증시 화면 등을 띄우는 기능은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비상등이나 전조등 조절 등 단순한 기능도 음성 인식으로 조작하기는 어려웠다. 때로는 이런 점이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랜저에 탑재된 플레오스 커넥트를 보고 테슬라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떠오른다는 고객 반응이 많다. 이미 지리자동차나 테슬라 등이 만든 전기차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시도해온 기술인데, 현대차는 한발 늦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신용진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테슬라는 물리 버튼이 거의 없지만 현대차는 미디어 볼륨 등 운전 중 꼭 필요한 물리 버튼은 남겼다”며 “전방의 슬림 정보창 등은 유저 서베이(설문조사)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AI는 충분히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하드웨어 조작이나 답변의 다양성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도전적인 첫 단추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지만, 이미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기술을 한두 단계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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