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여야가 함께 쥐어야 ‘보검’ 된다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양정대 2026. 5. 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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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자주국방과 안팎의 함정
“李정부 힘 실릴라” 野 침묵 일관
원자력 협정 개정 등 美 설득 과제
초당적 합의 전제돼야 협상 탄력
“여야 공통분모 찾는 정치력 필요”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1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자주국방의 양대 축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그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국가적 숙원’이었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가 포문을 열었고, 역대 보수 정권도 표면적으로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핵잠수함은 군이 수십 년째 요구해온 과제다. 그런데 지금 야당의 입장은 반대도 아닌 침묵이다. 이는 자주국방의 가장 큰 내부 장애물일 수 있다.

야당의 침묵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전작권 환수는 오랜 기간 진보 진영의 어젠다였고, 핵잠수함은 보수 진영에서 꾸준히 거론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두 사안을 국정과제로 적극 추진하면서 야당은 묘한 처지가 됐다. 전작권 환수를 적극 찬성하기 어려운 점은 차치하더라도 핵잠수함에 찬성할 경우 진보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고, 이들 사안에 대한 명시적 반대는 자주국방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찬성과 반대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

여기엔 한미동맹을 절대화하고 미국을 맹신하는 한국 보수의 특수성이 내포돼 있다. 전작권 환수를 동맹 약화의 신호이자 무장해제로 여기는 것은 물론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과정에서 미국에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다소 비상식적일 수 있지만, 야당으로선 정치적으로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야당의 침묵은 정치적 계산의 결과이겠지만, 그 계산이 국가 전략의 지속성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그간의 전작권 환수 추진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2012년 환수에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연기와 박근혜 정부의 ‘조건 충족 시 전환’으로의 후퇴, 코로나19로 인한 문재인 정부의 재추진 동력 상실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외면 등 20년간 같은 공약이 반복되고 번복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핵잠수함은 호흡이 훨씬 긴 사업이다. 이재명 정부의 ‘장보고 N 프로젝트’는 2030년대 중반 건조,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정권으로 치면 두세 번은 넘어가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예산이 흔들린다면 완성은 요원하고 수조 원의 비용은 국민 부담으로 남는다.

대미 협상력의 문제도 있다. 미국이 여야가 엇갈리는 사안에 적극 협력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핵연료 이전 협의처럼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설득해야 하는 과제라면 초당적 합의 혹은 최소한의 비판적 지지는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인 레버리지가 된다. 반대로 여야의 뚜렷한 갈림은 미국에 다음 정권을 기다리면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자주국방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는 실재하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다만 차이를 인정하되 공통분모를 찾는 게 중요하다. 전작권은 논의 축을 환수 이후 한미 연합방위체계 유지 방안으로 옮기면 접점을 넓힐 수 있다. 핵연료 자립 기반 구축과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은 핵잠수함 보유 찬반과 무관하게 동의 가능한 목표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전작권·전략무기 관련 소위를 상설화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추진 경과를 점검하고, 프랑스처럼 여야가 공동 서명하는 중장기 국방전략 문서를 제도화하는 것 등도 검토할 만하다.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단검’으로 규정하는 건 한국의 동의와 무관한 지정학적 판단이다. 그에 맞서 스스로의 전략적 역할을 정의하려면 외교력 못지않게 내부 정치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단검’ 전략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국방이 ‘보검’이 되려면 한 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 단단히 쥐어야 한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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