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아닌 ‘진짜 내 집’으로…발달장애인 홀로서기 돕는 '희망온빌라' [LH 이연우기자의 리빙홈]

사람마다 ‘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누군가에겐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피곤한 공간이고, 때로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가 때로는 노후 준비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보호자를 벗어나 자립해야 하는 발달장애인에게 ‘나만의 집’은 조금 더 막연하고 두려운 ‘시설’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곳도 아니고 재활서비스 등을 제공 받는 곳도 아닌, 홀로서기의 첫발로써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먼저 디뎌야 할 생존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립해 지역사회로 스며들 수 있도록 집을 제공하고 전문적 지원을 보태기 위해 공공기관과 지자체, 민간재단이 힘을 합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성남시, 말아톤복지재단 성남시발달장애인주거지원센터가 올해로 3년째 운영 중인 ‘희망온빌라’다. 내년 3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주거지원사업을 장애인계층까지 확대한 모델이어서 눈길을 끈다.

■ 장애인 자립의 징검다리주택, 희망온빌라에서 시작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장애인 자립지원주택 ‘희망온빌라’는 1층 두 가구, 2·3층 각 세 가구 등 총 여덟 가구의 원룸형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한 가구는 장애인들이 ‘혼자 살아볼 수 있을까’를 임시로 경험하기 위한 단기 체험홈으로, 입주 희망자는 일주일여 머물어보면서 최종 계약을 결정할 수 있다.
체험홈에 들어가서 살펴본 희망온빌라의 주택 내부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휠체어 접근로, 곳곳의 안전손잡이 등 설치된 편의시설만 16가지에 달한다. 화재 위험이나 화상 등을 고려해 가스레인지나 하이라이트가 아닌 인덕션으로 교체 설치 됐고, 생활 지원을 위해 세탁기를 포함한 빌트인도 잘 갖춰져 있다.

옥상엔 현재 거주자들이 심어둔 미니 텃밭이 있다. 도보 4분 거리엔 성남시의료원이, 차량 5분 거리엔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있어 의료 및 복지 접근성도 매우 높다. 첫 입주자를 맞이한 2024년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무사히 자립 중인 발달장애인도 여럿이다.
이곳 주택(빌라)은 LH가 제공한다. 성남시가 전문 복지기관인 말아톤복지재단을 통해 운영·관리하고 있다. 단순 주택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돌봄서비스까지 더해진다.
당초엔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 입주할 수 있었지만 차츰차츰 나이와 장애 유형 등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 가족과 함께 살기 어렵거나 복지시설 등을 퇴소한 장애인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다.

■ 시세 40% 임대료에 ‘밀착 돌봄·교육’까지…민관 협력의 결실
희망온빌라는 LH 임대주택인 만큼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40% 수준으로 저렴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29만원으로 입주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적고, 전원이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임대료를 부담한다. 그게 희망온빌라가 추구하는 ‘자립’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입주자들은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자립교육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다. LH는 입주자 교육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반지하 공실을 성남시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여기에서 각자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듣거나 함께 회의하고 식사하는 등 ‘소통’이 진행된다. 바로 옆 공간엔 운영기관 직원이 상주하고고 있어 주택 등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시 즉시 대응도 가능하다.
특히 입주자들이 보호자 도움 없이 편리하게 주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건 성남시와 말아톤복지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성남시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3년 보건복지부 시설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이후 입주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공사 비용을 지원했고, 객관적인 입주자 선정 기준 등을 마련한 후 사업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전문기관을 선정했다.
말아톤복지재단은 운영사무실에 직원 7명이 상주하며 세대별 불편함이 없는지 입주자를 챙기고 장애인 자립서비스, 안전관리 등 입주자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한다. 희망온빌라에 거주하며 주택을 제공 받은 ‘공급형’ 여섯 명, 개별 거주지에 머물며 나머지 서비스를 제공 받는 ‘비공급형’ 한 명 등 총 일곱 명이 현재의 지원 대상이다. 복지재단은 올해 이 주거복지 대상자를 12명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 “사회의 접점 넓히며 장애인 자립 돕는 지원책 추가 모색”
전국적인 관심도 뜨겁다.
이지은 성남시발달장애인주거지원센터장은 “(이 지원 주택이) 전국에서 유일한 모델이다 보니 여러 지자체, 기관 등이 벤치마킹을 위해 희망온빌라를 많이 찾아오신다”며 “LH와 성남시, 말아톤복지재단의 뜻이 잘 맞물려 진행된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수원, 화성, 안성 등 다양한 지역에 사업을 확대하며 많은 분들께 희망온빌라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장애 유형이나 연령, 현재 거주지 등과 무관하게 사업을 넓히는 동시에 장애인이 시혜적 복지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가고자 한다”면서 “자립의 경험이 없어 자립 욕구를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대상자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고, 이들이 머물 곳과 나아갈 곳을 찾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회와의 접점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LH 역시 올해 이 사업 모델을 타 지자체로 확대하고 공급 및 운영방식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비단 ‘청년 발달장애인’에 한정하지 않고 유형을 확대하는 방안과, ‘빌라’가 아닌 형태의 주거지를 발굴하는 방안 등이다.
권운혁 LH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은 “지난해 겨울, 수원의 한 장애인주간이용시설에서 만난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들이 ‘우리 부부가 자식보다 먼저 눈을 감는 게 걱정’이라고 했는데 현실적 고민을 들으니 여전히 LH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당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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