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이지 않았다” 스스로 세뇌한 약혼남, 암매장 사건의 전말 (용형5)

[뉴스엔 이민지 기자]
형사들의 집념과 추적 끝에 미궁 속의 범인을 찾아냈다.
5월 29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5’에 경기남부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 이필영 경감과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했다.
첫 번째 사건은 범인을 현장에서 직감했지만, 검거까지 2년이 걸린 살인 사건으로, 새벽 “여중 정문 앞 흰색 차량 뒷좌석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 같다”는 119 신고로 시작됐다. 확인 결과 30대 초반 남성이 차량 뒷좌석에서 숨져 있었다. 피해자는 넥타이로 발목이 묶여 있었고 목 아래에는 허리띠가 놓여 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과 가슴에는 심한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차량 내부에서는 범인의 지문이나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지갑이 사라진 상태였다.
특히 차량 선팅이 짙어 외부에서는 확인조차 어려웠지만, 신고자가 차량 내부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은 범인이 직접 신고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후 CCTV 분석 끝에 피해자 차량을 뒤따르던 수상한 차량 한 대를 포착했지만, 도난 차량으로 확인됐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으며 갈비뼈 골절과 간 파열까지 확인됐다.
수사는 장기화됐다. 경찰은 신고자의 목소리를 공개수배하며 제보를 받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2년 만에 타 지역 형사가 과거 체포했던 전과자로부터 “사람 하나 죽였다고 떠벌리고 다닌 절도범이 있다”는 첩보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범인이 “범행 후 119에 신고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수감 기록과 공범 관계를 추적해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 4명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네 명 모두 10대 때부터 특수절도, 사기, 폭행 등으로 전과 9범 이상이었고 사건 직후 각기 다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수사팀은 담당 교도관을 만나 신고 음성을 들려줬고, 사건 당일 119에 신고했던 유 씨(가명)를 특정했다. 피해자 차량을 운전했다던 유 씨를 비롯해 공범들의 진술은 대체로 일치했지만, 모두 자신이 먼저 119 신고를 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 뒷좌석에 탔던 2명이 피해자 폭행과 살인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훔친 명품 가방과 시계는 모조품이었고 금품 피해액은 20만 원도 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 유 씨는 10년, 도난 차량을 운전한 공범은 8년, 피해자 폭행에 가담한 공범은 15년, 살인이 인정된 공범은 22년을 선고받았다. 유 씨는 출소 1년 만에 성범죄 미수 혐의로 다시 수감돼 충격을 더했다. 이에 안정환은 “바닥을 보여주는구나”라며 분노했다.
이어 KCSI는 한 중년 부부가 경찰서를 찾아와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백골 시신 사건의 진실을 공개했다. 2년 전 동생과 연락이 끊겨 가출 신고를 했는데 세 달 만에 집에서 약 20km 떨어진 야산의 훈련용 참호 아래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시신은 쌀포대 자루와 뒤엉킨 채 발견됐고, 휴대전화나 지갑 등 유류품은 나오지 않았다. 백골 상태였던 탓에 정확한 사인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뼈에서 DNA를 추출해 여성이라는 사실만 확인했고, 인근 지역에서 최근 2년 내 실종·가출 신고된 여성 가족들의 DNA를 일일이 대조한 끝에 뒤늦게 피해자 신원을 특정했다. 신원이 확인되자 경찰은 가출 수사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두 남자를 재소환했다. 40대였던 피해자에게는 5살 연하의 미혼 남성과 연상의 유부남, 두 명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특히 가출 신고 전날, 두 남자가 피해자 집 앞에서 마주친 뒤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랑이 끝에 미혼남이 “결혼을 약속했다”며 유부남에게 정리를 요구했고, 유부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유부남은 다음 날 피해자 집 침대 시트 위에 붉은 래커로 ‘배신자’라는 낙서와 욕을 남겼다고 인정했다. 약혼남은 이후 피해자와 만났지만 집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두 남자가 다시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약혼남은 “피해자를 죽였습니까?”,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까?”라는 거짓말 탐지기 질문에 거짓 반응을 보였다. 형사들은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과거 연인을 상대로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약혼남의 전과에도 주목했다.
서류 검토 후 형사는 시신이 발견된 야산으로 직접 향했고, 험한 산길 탓에 차량 타이어가 손상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근 공업사를 탐문한 끝에 사건 당일 흙투성이 차량의 찢어진 타이어를 수리한 기록을 찾아냈고, 차량 주인은 바로 약혼남이었다. 약혼남은 피해자 시신을 암매장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살인은 부인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찾아와 정신이 맑아지는 약이라며 가루를 술에 타 함께 마셨고, 자고 일어나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며 겁이 나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사건에 투입됐는데, 약혼남이 “여자친구를 죽이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세뇌했을 가능성이 높아 자백을 받아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았고, 그는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곽선영은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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