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소문고가 도면에 "NOTE! 크레인 고정 후 절단"…그날 현장선 '동시다발 절단' / 풀버전

이자연 기자 2026. 5. 29. 2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와 관련해 새롭게 취재된 내용들을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서울시의 해명과 다른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무너질 위험을 피하기 위해 '거더'라 불리는 대들보는 차례대로 하나씩 잘라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너져내린 곳 반대 쪽에서도 절단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서울시는 "순차적으로 절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저희가 확인한 사실과 배치됩니다.

배양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배양진 기자]

2.9cm 단차, 붕괴 전조증상이 나타난 건 26일 새벽입니다.

붕괴가 발생한 아래쪽에 상판 절단 작업을 하고 있는 콘크리트 절단 장비 한 대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도 절단 장비 두 대가 있습니다.

그 중 한 대에선 작업으로 인한 불꽃도 튑니다.

시공사 관계자는 JTBC에 "상판 위에 올라간 장비 세 대가 각자 작업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하고 있던 건 상판을 들어내기 전에 미리 줄줄이 잘라두는 '가절단' 작업입니다.

매뉴얼대로라면 붕괴를 막기 위해 한줄 한줄 크레인을 미리 설치해 와이어를 건 뒤 절단 작업을 해야 합니다.

가절단 방식을 택하면 상판을 미리 모두 잘라놓고 한꺼번에 인양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철거업계 관계자 : (미리) 잘라놨으니까 그냥 썩었으니까 저절로 주저앉아버리는 거예요. 내가 관리했다면 절대 가절단은 아예 손도 대지도 생각지도 말라…]

거더, 즉 상판을 받치는 대들보는 시공 계획서대로 "순차 절단" 했다는 서울시 해명과 배치됩니다.

결국 절단 작업 중 상판이 3cm 가량 주저앉아 공사가 중단됐지만, 서울시는 경찰이나 철도공사에 주변을 통제해달란 요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 서울시와 시공사 등 7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골적 선거 개입이자 관권 선거"라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미리 조금씩 잘라놓은 상판은 이렇게 참혹하게 무너졌습니다. 그 아래론 열차가 붕괴 1분전까지 다녔습니다. JTBC가 서소문 고가 철거 설계 자료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NOTE' 즉 강조 표시에는 "반드시 크레인으로 고정하고 절단하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현장 어디에도 크레인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이자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이자연 기자]

서소문고가 상판을 잘라 해체하기 시작한 건 올 3월부터입니다.

한쪽이 한순간에 무너진 건 여기저기 절단하는 작업이 두 달가량 이어진 뒤였습니다.

취재 결과 조각난 상판을 붙잡아 줄 장치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JTBC가 입수한 서소문 고가 설계 도면입니다.

철거 계획도에서 'NOTE'로 강조된 내용을 보니 '반드시 크레인으로 부재를 고정한 후 절단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상판 어디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야 하는지도 그림으로 자세히 표시됐습니다.

만일 도면대로 철거 공사를 진행했다면, 상판에 구멍을 뚫어 묶은 뒤 양쪽에서 크레인으로 잡아 고정해두고 절단을 이어갔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 직전 모습을 보면 현장 어디에도 크레인은 없습니다.

시공사 측은 "크레인으로 잡을 수 있지만, 그건 하부에 부대시설이 없을 때 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철길이 지나기 때문이란 건데, 전문가들은 크레인을 둘 자리는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최명기/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붕괴됐던 곳 말고 그 옆에.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충분히 (크레인이) 들어갈 수 있어요.]

결국 시간과 돈 문제 아니었냐는 겁니다.

[철거업계 관계자 : 모든 게 돈하고, 공사비하고 관련이 있다 보니까. 크레인 하루 쓰는 데 비용이 얼마예요?]

서울시는 지난 26일 새벽 29mm 처짐이 발생한 직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후속 작업 진행 예정"이라며 "양방향 크레인 설치 후 와이어를 결속 후 절단을 진행하겠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크레인이 도착하기도 전에 고가는 무너졌고 세 명이 숨졌습니다.

[영상취재 반일훈 변경태 정재우 영상편집 오원석 영상디자인 허성운 김윤나 이다경]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