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서소문고가’ 위험 포착하고도 교통통제 요청 안해···7시간 동안 ‘무방비’

서울시가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이상 징후를 감지한 뒤 약 7시간 동안 교통통제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기간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교통통제 요청은 한 건도 없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6일 오전 7시30분쯤 시공사 측인 현장 관계자로부터 유선으로 붕괴 위험 상황을 보고 받았다. 7시간 뒤인 오후 2시33분 사고 발생 시점까지 교통통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직후에야 경찰청 앞 교차로~충정로3가 교차로 등 사고지점 주변 교통통제에 나섰다.
철거공사는 지난해 4월30일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에도 철거 중인 고가차도 윗부분에서 파편이 떨어진다는 민원을 받았지만, 현장 점검과 방호망 설치를 했을뿐 교통통제는 요청하지 않았다.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피해가 늘었다. 사상자 6명 중 중상을 입은 서대문구청 직원 A씨는 고가 붕괴 직전 차량을 몰고 다리 아래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그는 철거 공사와 무관하게 선거 벽보 현장을 점검하러 가던 중이었다. A씨는 당시 차량을 덮친 구조물 잔해에서 탈출했으나 목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건널목은 KTX와 일반 열차 등이 차량 정비를 위해 기지로 이동하는 핵심 구간이기도 하다. 철거 공사 시작 후 교통 체증 관련 민원도 다수 접수됐다. 서울시는 관련 민원에 “해당 구간은 교차로 통행 신호와 경의선 열차 통행이 중첩되는 구조로 열차 통과 시 차단 및 신호 운영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특수 구간”이라며 “여건을 고려해 고가 하부 교통체계 개선 등 보완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가는 열차까지 고려하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 아래 열차 통과 횟수는 하루 약 600회에 달했다. 사고 당일에도 고가 붕괴 약 5분 전 승객 42명을 태운 KTX 열차가 고가 아래를 지났고, 약 1분 전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통과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서울시가 붕괴 징후를 감지하고도 코레일 등에 제때 알리지 않아 열차 운행 중지 등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철도·도로 등 통제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한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철거 현장은 다른 공사보다 더 위험 요소가 많고 사고 전에 단차가 발생하는 등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교통 통제 요청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서울시의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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