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교 내부 문건에 “마약게이트 자금 공유”…파라과이 고위 간부 연루 정황
남미 총사, 현지 논란 뒤 귀국해 교단 간부 활동…통일교 측 “마약 범죄는 개인 일탈일 뿐” 주장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마약 게이트 연루 정황이 한학자 총재 보고 문건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 남미 지역의 핵심 간부로 활동한 파라과이 국회의원이 현지에서 마약 자금 세탁 등의 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교단의 고위 간부들이 논의한 내용이다. 파라과이 상황을 한국본부에 보고한 통일교 남미 총사는 현지에서 문제가 터지자 한국으로 들어와 교단 간부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과이에서 구속 우려 있어 한국에 입국"
이른바 'TM(True Mother·한학자 총재를 의미하는 참어머님) 문건'은 2016~23년 작성된 교단 내부 보고서다. 3212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문건에는 교단의 정치권 로비 실태, 해외 자산 운용, 각국 법무 소송 현황 등 보고 내용이 시기별로 담겼다.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 정국에서 수사기관이 확보한 TM 문건 속 정교유착 의혹은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좀 더 세세히 살펴본 TM 문건의 내용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통일교 간부의 마약 범죄 연루 문제가 교단에 보고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통일교가 파라과이에 장기 파견한 총사이자 2021년 당시 '신남미 제2지구 회장'을 맡은 서아무개씨는 2020년 8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오늘 8월28일 파라과이 변호사팀의 권유로 잠시 임지국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게 됐다. UCI(한학자 총재와 대척점에 있는 3남 문현진이 회장으로 있는 통일교세계재단)는 남미 칠레, 브라질에서 교회(통일교) 상대로 소송에 패소하고 파라과이 민·형사에서 패소를 거듭하자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개인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교회 국가회장과 변호사 그리고 저를 상대로 있을 수 없는 공금횡령, 사기, 마약 조직범죄로 고소하고 교회 수색을 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UCI 측 식구들을 동원해 교회 지도자들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을 한다."
서씨는 파라과이를 떠나야만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문건에 언급된) 회장이나 변호사는 파라과이 사람들이고 가정과 재산이 있기 때문에 구속 수사를 할 확률은 적다"며 "그러나 저는 재산과 가정이 파라과이에 없어 증거 인멸과 도주할 수 있다는 구실을 삼아 구속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씨는 파라과이 변호사팀의 설명을 염두에 둔 듯 "당분간 기소를 막을 때까지 출국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지시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대사관과 파라과이 외무부 그리고 브라질 연방 경찰국의 합법적 승인 아래 브라질 국경 육로를 통과해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2023년 4월 통일교 남미 지역 회의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신시아가 미쉘(당시 파라과이 통일교 지부 대변인이자 변호사), 에베르스토(국가회장), ㅇㅇㅇ(총사 서씨)와 마약게이트를 두고 자금 공유가 됐기에 구속영장 청구될 수 있음"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등장한 신시아 엘리자베스 타라고 디아즈(Cynthia Elizabeth Tarrago Diaz)는 파라과이 하원의원(2013~18년) 출신이다. 통일교 산하 단체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의 남미 회장으로, 교단의 남미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다. IAPP는 통일교가 만든 주요 단체 중 하나다. 세계 각 대륙별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지구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창설됐다. 통일교가 세계 각국의 정계 유력 인사들을 포섭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 보고가 이뤄진 시점은 마약 범죄에 연루된 신시아의 공범 A씨가 2023년 3월말 파라과이에서 체포된 지 5일 후다.

FBI 위장수사에 걸린 통일교 산하 단체 남미 대표
실제로 신시아 전 의원은 마약 범죄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미국 사법 당국은 신시아가 정치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약 조직의 돈을 세탁하고 코카인 밀매를 알선하려 했다고 봤다. 온라인에 공개된 미 법무부 보도자료와 기소장 등을 보면, 미 뉴저지 연방검찰은 2019년 11월 신시아와 그의 남편 등을 마약 범죄 관련 돈세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처음 신시아 부부는 2018년 3월 마약 밀매업자로 위장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이때부터 2019년까지 요원들에게 여러 차례 "파라과이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마약 수익금을 합법적 자금으로 세탁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신시아는 "파라과이에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코카인을 조달해줄 수 있다"고 자처했다.
이들이 만난 장소 중에는 통일교 소유의 '뉴요커 호텔(New Yorker Hotel)'도 있다. 신시아가 2018년 11월 통일교 산하 천주평화연합(UPF) 행사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 호텔에서 범죄가 모의됐다. 그는 호텔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요원들에게 "우리 네트워크를 통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세탁한다면 그 수수료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신시아는 이 와중에 교단 주요 행사에도 참석했다. 2018년 8월 한학자 총재가 직접 주례한 천주축복식에 이들 부부가 대표 가정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사실은 당시 언론에 보도됐다. 신시아는 2019년 8월에도 한국에 들어와 교단 행사는 물론 경기도 가평 천정궁 등을 방문했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2019년 11월 FBI에 체포돼 기소된 것이다.
미 뉴저지 연방지방법원 프레다 L 울프슨 수석판사는 2022년 3월 신시아에게 징역 33개월을 선고했다. 그의 남편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신시아 등이 FBI 위장 요원들에게 최소 200만 달러의 마약 수익금 세탁을 제안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들은 복역 후 미국에서 추방돼 현재 파라과이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아 전 의원의 마약 조직 연계설은 과거에도 알려졌었다. 파라과이 유력 매체 'ABC Color' 등은 2015년 9월 현역 국회의원 신분의 신시아가 남미 지역 마약왕 자르비스 치메네스 파바오(Jarvis Chimenes Pavao)를 접견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신시아는 이후 2017년 12월 IAPP 남미 대표에 임명됐다.

통일교 측 "TM 문건 일부 사실관계 틀린 것으로 드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신시아의 변호인을 둘러싼 의구심도 제기됐다. 파라과이 고위 공직자 출신의 카르멜로 카바예로(Carmelo Caballero)는 신시아가 2015년 마약왕 비밀 접견 의혹에 휩싸였을 때 변호인으로 나선 인물이다. 이후 그는 통일교의 파라과이 수석 총괄 변호사로 영입됐다. 그런데 카바예로는 2018년 '사법 매수 공작 도청'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파라과이 사법감독기관(JEM) 수뇌부와 결탁해 검사를 교체하려 했다는 것이다. 현지 유력 일간지를 통해 폭로된 녹취록에는 카바예로가 JEM 사무총장에게 특정 검사의 직위를 해제해 달라고 청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 사건으로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다만 형량 재산정을 위한 법적 불복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교단 내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카바예로는 파라과이 수석 변호사 자리를 유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통일교 부지가 범죄에 활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23년 8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파라과이 마약수사청(SENAD) 요원 30여 명은 2022년 7월 북부 차코(Chaco) 지역의 비행기 활주로 5곳을 급습했는데 이 중 4곳이 교단이 소유한 토지 위에 있었다. 이곳은 고(故) 문선명 총재가 약 25년 전 매입한 땅이다. 2021년 5월 통일교 소유지에서 코카인 449kg이 발견돼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남미 상황을 보고한 서씨는 현재 한국본부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TM 문건 내용 등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인 그의 설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서씨는 본지 질의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통일교 홍보실 관계자는 "TM 문건은 일부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한 총재 등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시아의 범죄는 개인의 문제"라며 "교단이 그의 범죄 혐의를 사전에 알았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 "마약 자금이 (교단 측과) 공유됐다는 문건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통일교 부지가 마약 활주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통일교 땅이 워낙 많아 모두 세밀하게 관리하기 힘들어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일교 관계자는 "교단 간부들의 마약 범죄 관련 의혹은 최종적으로 파라과이에서 무혐의 처분받았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관련 문건을 확인한 결과, 파라과이 검찰은 사건 접수 약 4년 만인 2024년 "서씨 등에 대한 고소 내용이 포괄적·추상적이라 고소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법원에 각하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각하했다. 검찰은 같은 문건에서 "본 각하 요청이 통일교 및 그 구성원들과 관련해 존재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나 절차들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각하 요청을 하더라도 향후 통일교 관계자들에 대한 별도 수사나 법적 절차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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