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복이 단 돈 ‘1000원’부터…기름값 올랐는데 더 싸진 항공권, 무슨 일?

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출혈을 감수한 할인 프로모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자 항공 운임 자체를 낮춰 탑승률을 방어하려는 고육책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6월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 27단계가 적용된다. 5월 최고치였던 33단계에서 6단계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
제주항공 기준 편도 거리별 유류할증료는 43~103달러로, 전월의 52~126달러보다 내렸으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평가다. 6월은 7~8월 여름 휴가철 항공권 발권이 몰리는 시기여서 운임 인상이 곧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LCC들은 주력인 일본·동남아 단거리 노선에 특가 카드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샌프란시스코·뉴욕 등 미주 노선에 15% 할인 코드 발급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5월 발권 미주 노선의 경우 왕복 유류할증료만 100만 원을 웃돌아 운임 자체를 깎지 않으면 수요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제주항공은 신규 취항한 인천∼고베 노선의 운임을 1000원부터,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3000원부터 책정했다.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더해도 10만 원대 초반에 일본 왕복이 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은 27일부터 국제선 26개 노선을 대상으로 ‘최대 99%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으며 부산∼구마모토 노선 편도 최저 운임은 1500원이다. 티웨이항공은 31일까지 일본 사가현과 함께 인천∼사가 노선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대형 항공사도 운임 방어에 가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단거리 5000마일, 장거리 1만 마일을 깎아준다. 대한항공은 괌 노선에서 최대 15% 할인 쿠폰을 발급하고, 특정 결제수단을 선택하면 중국·동남아·서남아 노선에서 10% 운임 할인을 제공한다.
그 결과 유류할증료는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항공권 총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유류비 부담으로 LCC들이 비행시간 3~4시간 이상의 중거리 노선 운항을 축소한 점도 단거리 운임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거리에 배치되던 기재가 일본 등 단거리 노선으로 몰리면서 공급이 늘어 운임이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버티기’에 가깝다는 점이다. 국내 LCC들은 최근 두 달 사이 국제선을 왕복 기준 약 900편 감편했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됐던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약 2.5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유류할증료가 27단계로 한 단계 내렸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비용 폭증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항공사들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에어로케이·티웨이항공·제주항공이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고, 진에어는 객실 승무원 합격자 입사 시점을 늦췄다.
재무 체력에 대한 우려는 한층 짙어지는 모습이다. 티웨이항공은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며 부채비율이 3400%를 넘겼고, 에어프레미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전쟁 충격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에 상장 LCC 4곳(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 동반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미국 LCC 스피릿항공은 항공유 급등 등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이달 초 창립 34년 만에 폐업했다.
LCC 업계 안팎에서는 ‘띄울수록 적자’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온다. 항공기를 세워둬도 리스료·정비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탑승률을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최근의 감편은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반영한 조치일 뿐 여객 수요 자체가 크게 꺾인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업황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나온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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