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쓰봉 걱정 덜까’…미국산 원유·호주산 나프타대체품 무관세 패스트트랙

한기호 2026. 5.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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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비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대책
제3국 항만 경유 미국산 원유에 직접운송 특례
경유국 복잡한 서류대신 직접운송 입증하면 돼
무관세 절차 완화…정유사 수입유인 확대 기대
캐나다산 원유 무관세 도입 특례추진 이은 조치
나프타대체품 호주산 천연가스액 분류도 바꿔
원유→석유제품…3% 관세·비축의무 벗어나
年나프타 공급량 16%가량 고품질 대체 기대

정부가 제3국을 거쳐 수입되는 미국산 원유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무관세를 적용하고 비관세장벽 역시 걷어내기로 했다.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천연가스액 등)도 석유제품으로 신속분류해 무관세를 적용, 중동 의존도를 낮출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한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26일 서울세관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제안보품목 공급망 전반에 걸친 규제혁신을 지속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우선 미국산 원유 수입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FTA 직접운송원칙’을 완화하는 ‘직접운송 특례’를 이날부터 시행했다. 그동안 한미 FTA 특혜세율은 ‘미국산 원유가 협정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운송됐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적용됐는데, 입증 절차를 실질·간소화했다.

미국산 원유 비관세 장벽 철폐 관련 개념도. [관세청 제공]


미국산 원유 운송 과정엔 제3국 항만을 경유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3국 항구 경유시 정유업계는 전체 운송경로와 경유국 세관서류 등을 별도로 제출해야 했는데, 관련 서류를 발급하는 보세(保稅) 구역을 들르지 않으면 충족할 수 없어 사실상 서류제출이 불가능했다.

국내 S 정유사가 지난해 미국산 원유 총 400만배럴 수입을 시도했으나 직접운송 입증 문제로 FTA 관세특혜 적용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이번 특례로 관세청은 ‘서류 중심’ 심사 대신 선박위치정보(AIS)나 원유 계측자료 등 보유자료만으로도 직접운송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관세청은 미국산 원유 운반선이 3국에서 일부 화물을 하역하거나 타 국가 중질유를 추가로 싣더라도 미국산 물량에는 FTA 특혜 적용이 가능해진 만큼, 원유 수입경로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동산 중질유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대체효과도 내다본다.

일본 대표 제과기업 카루비(Calbee)는 감자 스낵 등 주력상품 14개의 포장 인쇄용 잉크 부족을 우려해 5월말부터 컬러에서 흑백으로 포장지 색상을 전환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란 전쟁과 중동발 에너지 공급불안 장기화 속 나프타 공급 부족에 따른 문제로 거론된다. [카루비 사 제공 일본언론 보도사진]


앞서 관세청은 캐나다산 원유의 무관세 도입 특례를 추진해 연간 최대 3300만배럴까지 수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州) 정부가 캐나다산 원유 입증서류를 대신 발급하면 한-캐나다 FTA 특혜세율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날 관세청은 또 나프타 대체품에 품목분류 사전심사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호주산 천연가스액’을 기존 ‘원유’(HS 제2709호)에서 ‘석유제품’(HS 제2710호)으로 분류했다. 그동안 나프타 대체품은 세계관세기구(WCO)의 분류 기준이 불명확해 ‘원유’로 분류돼왔다.

이에 따라 나프타 대체품에 ‘관세율 3%’에 ‘비축의무’까지 발생해 석유화학업계가 수입을 꺼려왔다. 이번 결정으로 두 장벽이 사라져 즉시 생산공정 투입이 가능해졌다.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은 나프타 함량이 80~90% 수준으로 높아 수율이 우수한 편이다. 관세청은 작년 석유화학업계 전체 나프타 수입량의 약 16%(연 250만t) 고품질 대체원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원활해지면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주사기 등 생활 밀착형 석유화학제품 생산안정에도 도움될 전망이다. 나프타 공급불안 속 일본에선 유명 제과기업이 주력상품 포장 인쇄 잉크를 흑백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이밖에 관세청은 평균 6개월 이상 걸리는 말레이시아산 원유의 원산지증명서(CO) 발급기간 단축 방안도 말레이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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