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없어도 1.4나노 수준" 中 화웨이 반도체 자립 승부수 '타우의 법칙'

중국 토종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화웨이가 새로운 반도체 개발 이론을 제시했다. 극한의 집적회로 소형화 공정 대신 신호 전달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서방과 5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3년 안팎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칩 H200 수입을 사실상 잠정 반려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 관영언론에선 서방의 기술 봉쇄를 돌파한 중국식 기술 자립이라고 평가했다.
26일 화웨이에 따르면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총재는 지난 24일부터 상하이에서 IEEE(전기전자공학회) 주관으로 열린 '국제회로시스템학회(ISCAS) 2026'에서 '반도체의 새로운 길 탐색과 실천'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갖고 반도체 산업 발전을 이끌 이른바 '타우(τ)의 법칙'을 발표했다.
허 총재는 '다층 전자 시스템의 시간 미세화 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7nm 이후에는 단순 크기 축소의 수익성은 점차 둔화됐다"며 기존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지적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감가상각, 설계 규칙 복잡성 때문에 2nm 공정의 최첨단 칩 설계 예산은 이미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이를 대체할 타우의 법칙의 핵심 기술은 로직폴딩이다. 화웨이에 따르면 로직폴딩은 디지털 회로, 아날로그 회로, 저장 회로를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뒤 초미세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호 전달 거리를 줄이고 신호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과 간섭을 줄여 신호전달 시간 자체를 단축한단 것.
무엇보다 집적회로를 소형화할 핵심 설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막혀있는 중국의 한계를 시스템 전체 최적화 기술을 통해 뚫겠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이번 발표를 통해 서방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기존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줄이겠단 선언을 한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중국 지도부 메시지를 대변하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가 있고, 압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며 "화웨이는 가장 먼저 기술 봉쇄를 당했고 가장 먼저 혁신에 나서 세계 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원칙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내부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후옌핑 상하이재경대 특임교수는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을 통해 "현재 타우의 법칙은 반도체 발전 법칙이라기보다는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계산 이론이자 미래 시스템에 대한 전망"이라며 "무어의 법칙과 단기간 내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타우의 법칙은 오히려 난이도가 더 높다"며 "장비와 공정, 수율, 발열 등 기초 영역에서의 도전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중국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방식은 최상급 노광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아키텍처와 알고리즘 등 기술을 통해 성능을 보완하는 모델"이라며 "하지만 이 방식이 하드웨어 차원의 기술 돌파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첨단 장비 활용이 가능한 TSMC, 삼성전자와 달리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 모두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하단 뜻이다.
이와 관련 허 총재는 논문을 통해 "향후 10년 기술 발전의 큰 틀은 이미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며 "단일 기업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고 산업 표준, 성능 기준, 소자 물리, 비즈니스 모델 등 여러 영역에서 전 산업 차원의 공동 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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