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말할 때?...정용진, 스타벅스 사태 사과 논란

손유지 2026. 5. 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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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화합 강조했지만…사법 책임 논란은 여전
시민단체 고발 이어져…수사 향방에도 관심 집중
반복되는 재벌식 사과문…진정성 의문 커져
소비자 분노 확산…브랜드 신뢰 흔들린 스타벅스

[지데일리] 26일 신세계그룹 총수인 정용진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키우자 직접 사과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사과문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책임의 본질을 비켜간 계산된 메시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용서’와 ‘화합’을 강조한 표현이 법적 책임 문제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히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시민단체 고발과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화합”을 강조한 메시지가 책임 회피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기업이 사회적 역사 인식과 민주주의 상징성을 가볍게 다뤘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를 불렀다. 문제의 행사는 군사 이미지와 정치·역사적 상징이 결합된 연출로 진행됐고, 많은 시민들은 이를 민주화 가치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였다. 논란은 곧바로 불매 움직임과 항의 성명으로 이어졌으며, 시민단체 고발까지 진행되면서 수사기관이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나온 정 회장의 사과문은 “상처받은 분들께 송구하다”는 표현과 함께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라는 문장을 담았다. 겉으로 보면 갈등 봉합을 위한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비판 여론은 이 대목에 집중됐다. 

형사 고발과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화합’과 ‘이해’를 강조하는 방식이 사건의 본질을 사회적 감정 충돌 수준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 문제를 공동체 갈등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총수의 공개 사과가 위기관리 수순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대기업들의 사과 방식이 지나치게 정형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표현은 반복되지만 정작 의사결정 과정, 책임 소재, 재발 방지 체계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과 역시 행사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내부 검증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졌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 방식이 기업 신뢰를 더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사과문의 수사보다 기업의 행동과 구조 개선 여부를 본다. 특히 젊은 세대는 브랜드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대 유통기업과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마케팅 효과만 계산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브랜드 충성도 역시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란은 기업 리스크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냈다. 대기업 내부에서 정치·역사적 민감성을 검토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같은 사태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자극적 화제성과 온라인 확산 효과에 집중한 나머지 사회적 파급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총수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강한 기업일수록 내부 비판과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는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과의 핵심은 말의 수위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다. 국민 여론이 요구하는 것은 감성적 화해 메시지가 아니라 사건 경위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책임자 조치, 재발 방지 대책"이라며 "거대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의 무게도 함께 커진다. 논란을 덮기 위한 사과가 반복될 시 기업 신뢰는 물론 한국 재계 전반의 윤리 의식까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